한·미 무역협상이 예상보다 하루 먼저 속전속결로 타결된 데는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공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구호 마가(MAGA)에 조선업(Shipbuilding)을 더해 명명한 협력 사업이 트럼프를 움직인 것이다.
한국 측 협상 대표였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무역협상 타결 브리핑에서 “오늘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1500억 달러(208조원)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 즉 마스가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등을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조선업 전반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해 사실상 우리 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건조 능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이 미국 조선업 부흥을 도우며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조선업 부활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구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 조선업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미국 내 선박 건조가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협상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면담할 때부터 조선업에 대한 대형 패널을 만들어 설득했고, 러트닉 장관도 이를 높이 평가했다. 이후 영국 스코틀랜드까지 러트닉을 따라가 마스가 프로젝트를 구체화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스코틀랜드에서 있었던 (협상) 내용이 굉장히 컸다. 세상일이라는 게 지성이면 감천”이라며 “스코틀랜드 일정에서 협상의 어떤 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많은 조선, 선박 수요를 우리 기업이 앞으로 미국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한다는 의미”라면서 “러트닉 장관과 구체적 단계마다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협상팀은 미국의 조선업 관련 규제들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장관은 “미국에서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관련 규제에 대한 법률까지 포함해 (투자를) 유치하려는 의지가 강해서 그렇게(규제 개선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