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과 정부의 영화관람 할인 정책이 맞물리면서 극장가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이 와중에 기독교 영화들이 교회 중심의 관람 운동의 흐름을 타고 역주행의 희망을 쏘고 있다.
예수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형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는 7월 마지막 주 주간 박스오피스(7월 25~27일)에서 4위를 기록했다. 영화는 연이어 개봉하는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꾸준히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1인당 6000원을 지원하는 ‘국민 영화관람 할인권’ 지급 이후 관객 유입이 늘어난 것도 뒷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흥행을 떠받치고 있는 건 단연 교회들의 관람 운동이다. 서울 꽃재교회(김성복 목사)는 이달 말일까지 2일 왕십리 CGV에서 성도들과 함께 단체 관람을 진행한다.
서울 여의도침례교회(국명호 목사)는 오는 31일까지 구로 등촌 신촌 여의도 연남 영등포 홍대 부천 등 CGV 주요 지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00원 할인 쿠폰을 성도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경기도 지구촌교회(김우준 목사)는 지난 27일 주보를 통해 관람을 독려했다.
교육부서 차원의 단체 관람도 활발하다. 서울 동안교회(김형준 목사)는 지난 20일과 27일 청량리 롯데시네마를 대관해 약 1000명의 교회학교 아동과 청소년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비용은 교회가 전액 부담했다. 박주온 열매 2부 전도사는 “아이들이 주일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영화로 보며 즐거워했다. 자연스럽게 신앙을 되새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서울 금호중앙교회(안광국 목사)는 오는 3일, 경기도 만나교회(김병삼 목사)는 오는 9일 7세 이하 아동을 위한 단체 관람을 이어간다.
온라인에서는 ‘#킹오브킹스관람인증’ 챌린지가 펼쳐지고 있다. 영화 제목과 극장 이름을 태그한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 후기들도 확산 중이다. “자녀와 관람 후 신앙 대화를 나눴다” “무교인데 흥미롭게 봤다” “교육용으로 오래 쓰일 콘텐츠”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또 다른 기독교 영화 ‘무명’ 역시 관람 운동의 흐름에 올라탔다. 일제강점기 조선에 복음을 전한 일본인 선교사 노리마츠 마사야스와 오다 나라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상업적 마케팅 없이도 교회 중심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 지역 교회들은 오는 3일 롯데시네마 의정부점에서 ‘무명’을 공동 관람한다. 이번 관람은 곽지황 고산제일교회 목사 제안으로 시작됐고 참여 교회가 늘어나면서 150석 규모로 확대됐다. 곽 목사는 “무명은 복음의 본질과 영혼 사랑, 신앙 선배들의 헌신이 담긴 작품”이라며 “킹 오브 킹스 못지않게 의미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기독 영화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27일에는 신작 ‘갈릴리 예수’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예수의 제자들이 왜 모두 갈릴리 출신이었는지, 복음서의 3분의 2가 왜 이 작은 해변 마을에 집중됐는지를 추적해 가는 다큐멘터리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