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약 70%의 사고 원인은 ‘졸음·주시 태만’이었다. 시속 100㎞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선 1초만 졸아도 28m를 질주하고, 혈중알코올농도 0.17% 상태(운전면허 취소 수준)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졸음운전 사망자가 가장 많은 달은 8월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2024년 졸음운전 교통사고는 9559건으로 252명이 사망했다. 이 중 8월에 발생한 사망자는 36명(14.3%)으로 월별 최다 수준이었다.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인 치사율도 8월이 가장 높았다. 8월 졸음운전 치사율은 4.13명으로 일반 사고 기준 1.47명보다 약 3배 많았다. 고온다습한 날씨와 함께 휴가철 장거리 운전이 많은 8월에 졸음운전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도로별로 보면 고속도로 10.81명, 일반도로 6.55명, 지방도 4.04명, 특별·광역시도 0.86명으로 속도가 높은 도로일수록 치사율도 높았다. 최근 5년간 교통사고 중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 모두 고속도로에서 가장 많았다.
충격적인 졸음운전 사고는 2016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5중 추돌이었다. 봉평터널 입구에서 시속 100㎞ 가까운 속도로 달리던 관광버스가 앞서 운행하던 승용차 등 차량 4대를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다. 이 사고로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38명이 부상했다. 버스가 승용차를 뒤에서 무섭게 덮치는 사고 순간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자 온 국민은 경악했다. 버스 운전기사가 깜빡 졸면서 일어난 참사였다.
‘졸음운전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졸음운전! 목숨을 건 도박입니다.’ ‘겨우 졸음에 목숨을 거시겠습니까.’ ‘졸음운전! 마지막 운전일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수막 문구들이다. 죽음을 암시하는 단어들이 거침없이 사용돼 섬뜩함마저 든다. 한국도로공사가 졸음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고속도로 곳곳에 경고성 현수막을 설치한 것이다. 졸음운전자의 눈이 번쩍 뜨이는 경종 역할을 했으면 한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