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세 협상 타결… 후속 대책과 산업 경쟁력 강화 절실

입력 2025-08-01 01:30
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어제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상호관세 25%를 경쟁국인 일본, 유럽연합과 같은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특히 쌀과 소고기 시장의 추가 개방을 막아내고, 반도체·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확보한 것 역시 미국의 일방적인 공세를 극복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가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앞으로 우리 경제가 치러야 할 대가는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관세 인하 대가로 제시된 대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 에너지 수입 확대가 자칫 한국 기업의 대미 종속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성격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금은 내가 재량껏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해당 수익은 재투자 성격”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이견이 향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만큼 후속 협상을 통해 세부 조건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대미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관세율의 경우 기존 한·미 FTA 효과가 무시된 점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FTA로 0%였던 걸 감안하면 일본처럼 12.5%가 타당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으로 15%로 결정된 것은 이번 협상이 얼마나 정치적이고 예외적인 맥락 속에서 이뤄졌는지를 보여준다.

‘레드 라인’으로 통했던 쌀과 소고기 등 민감한 농축산물 시장을 방어해내기는 했지만 언제든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여기에 이번엔 빠졌지만 그동안 미국 정부가 줄기차게 압박해 왔던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방위비 분담, 플랫폼 규제 등과 관련한 민감한 요구사항들이 향후 별도 트랙에서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국내적으론 충격 흡수가 급선무다.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국내 산업과 시장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는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관세정책이 산업 구조를 왜곡하거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이번 협상이 ‘제2의 플라자합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단기 위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전략 마련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