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복음 붙든 마리 뒤랑 통해 위그노를 돌아보다

입력 2025-08-01 03:02
성원용 목사가 최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프랑스 인물 마리 뒤랑과 위그노들이 지켜냈던 저항 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진리에 저항하고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복음을 위해 저항하라.” 18세기 남프랑스 콩스탕스 탑에 갇힌 한 젊은 여인이 함께 갇힌 수감자들을 향해 외쳤다. 38년간 감옥에 갇히면서도 복음을 지켰던 마리 뒤랑(1711~1776)이다.

최근 신간 ‘저항하라! 마리 뒤랑의 노래’(국민북스)를 낸 성원용(61) 파리선한장로교회 목사는 “프랑스 개신교 역사에 있어 뒤랑이라는 여인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의 삶은 지금의 모든 신앙인 마음에 새길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작 ‘위그노처럼’ ‘우리가 위그노다’를 잇달아 펴내며 프랑스 개신교인 위그노 신앙에 깊이 천착해 온 성 목사는 이번 책에선 뒤랑의 삶을 통해 그들을 재조명했다. 최근 한인세계선교사회(KWMF) 선교대회가 열린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의 주인공 뒤랑은 프랑스 개신교인 위그노다. 위그노를 주목하는 이유는.

“프랑스 선교사로 파송 받고 와서 보니 위그노가 개신교, 개혁교회의 뿌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종교개혁을 말할 때 장 칼뱅과 체코의 얀 후스, 영국의 존 위클리프를 주목하면서도 위그노에 대한 주목도는 낮았다. 칼뱅이 종교개혁의 선구자라는 것은 흔히 알려진 사실인데도 말이다. 우리 신앙의 뿌리를 칼뱅의 신학에서 찾는다면 그 고향은 위그노인 것이다. 칼뱅이 종교박해를 피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종교개혁을 일으킬 때도 그 정신에는 불의에 순종하지 않는 위그노의 믿음이 있었다. 위그노는 300여년 동안 박해를 견디며 신앙을 지켜 삶으로 살아낸 사람들이다. 신앙의 본질을 붙들며 치열하게 살아온 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 삶에 적용해야 한다.”

-뒤랑의 생애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그와 관련되나.

“그렇다. 그의 삶이 남긴 메시지는 저항이다. 프랑스어로 ‘레지스테’는 그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꼽힌다. 뒤랑은 불의와 양심,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에 저항했다. 특별히 그의 저항은 크리스천이 가져야 할 비폭력 저항의 좋은 모델이기도 하다. 뒤랑은 가톨릭으로 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옥인 콩스탕스 탑에 갇힌 뒤 외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진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세상 권력과 시선 앞에서도 끝까지 복음을 붙든 삶, 진리를 따르는 삶을 사는 것 자체가 현대 크리스천이 가져야 할 저항 정신이다. 뒤랑의 생애는 위그노의 정체성인 용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16세기에서 18세기 당시 프랑스 내 위그노의 현실은 어땠는지.

“프랑스에서도 한때 개신교인의 비율이 12%까지 올라갈 정도로 부흥했다. 그러나 1572년 성 바르톨로메오 대학살로 파리에서만 3000명이 죽고 전국적으로는 3만명에서 5만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이후 1685년 또 한 번 큰 학살이 있었다. 루이 14세가 퐁텐블로 칙령을 내려 2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학살당했다. 두 번의 대학살에서 죽음을 피한 사람들은 해외로 이탈하게 됐다. 위그노가 대규모로 유출된 프랑스는 대혁명을 겪게 됐다. 경제가 무너져서다.

이렇게 흩어진 위그노는 가까운 유럽부터 아프리카 러시아까지 전 세계로 간다. 디아스포라가 된 것이다. 영국으로 6만명, 독일로 3만명, 스위스로 2만명 등이 움직였다. 성경의 역사를 보면 디아스포라가 밟은 곳은 축복의 땅이 된다. 위그노를 받아들인 국가들은 부강한 나라로 변화한다.

위그노의 여정을 보며 오늘날 하나님이 사용하실 디아스포라가 한국인임을 알게 된다. 전 세계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하는 국가로 만드셨다. 지금 한국의 위상을 돌아보면 하나님의 언약이 실현되고 있음을 경험한다.”

-위그노의 발자취를 직접 밟은 경험을 책에 담았다고 들었다.

“역사가 살아나려면 현장에 가서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을 해야 한다. 위그노에 대해 연구하며 콩스탕스 탑은 물론 뒤랑의 비바래 생가, 위그노가 예배를 드렸던 광야교회까지, 여러 현장을 발로 밟았다. 그러면서 300여년 전 그들과 같은 정신으로 진리를 지키겠다 다짐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