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초 만에 시속 100㎞ ‘야수’처럼 달렸다

입력 2025-08-01 00:03
BYD(비야디)의 중형 세단 ‘씰’(SEAL)이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트랙을 주행하고 있다. BYD코리아는 올해 안에 씰을 한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BYD코리아 제공

지난달 16일 처음 마주한 BYD(비야디)의 중형 세단 ‘씰’(SEAL)은 테슬라의 모델3를 닮았다. 브랜드를 가리면 테슬라가 출시한 신차로 오해할 만한 외관이었다. 미래지향적인 곡선과 스포티한 느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쿠페형 모습을 갖췄다.

실내도 단순함을 극대화한 테슬라와 비슷한 느낌이다. 세로로 세워진 12.8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수동으로 돌려서 가로 형태로 바꿨다. 뻑뻑하게 돌아갔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직관적이지 않았다. 변속기 조작부 버튼, 조명 연출, 트렁크·프렁크(차량 앞쪽 수납 공간) 마감 부분도 정교한 느낌은 아니다. 다만 티맵 내비게이션, 공조 장치, 공기 정화, 음성 인식 등 주요 기능은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빨랐다. 스포츠카 스타일의 나파 가죽 시트는 고급스럽다. D컷 운전대(스티어링 휠)도 역동적인 느낌을 줬다. 트랙 질주 본능을 깨우는 디자인이다.

이날 BYD는 약 80명의 기자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초청해 한국 시장 출시를 앞둔 씰의 시승행사를 열었다. 트랙을 달리기 전 일반 도로 시승을 먼저 했다. 에버랜드 인근까지 왕복 12㎞를 주행했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니 차가 부드럽게 전진했다. 브레이크 반응도 안정적이다. 운전대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다.

이어 트랙에 올랐다. 4300m 트랙을 3바퀴 도는 코스였다. 가속페달을 밟자 몸이 뒤로 밀려나 시트에 착 달라붙었다. 시속 150㎞까지 속도를 끌어올렸는데 타이어가 바닥에 착 달라붙은 느낌이었다. 최고 출력 530마력, 최대 토크 67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씰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8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최대 가속을 경험하진 못했다. 급코너 구간에서도 몸이 좌우로 많이 흔들리지 않았다.

BYD(비야디)의 중형 세단 ‘씰’(SEAL) 4대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트랙 주행을 하기 위해 헤드라이트를 켜고 준비 중이다. BYD코리아 제공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기자 가속할 때 노면 진동이 살짝 느껴졌다. 코너링을 할 때도 운전석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흔들렸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했다. 배터리 팩의 상단 커버를 차체 하부와 일체화한 ‘셀 투 바디’(Cell-to-Body) 구조 덕분이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를 탑재해 탁 트인 개방감이 느껴졌다.

이 차의 공인 최대 주행거리는 407㎞다. 고성능 사륜구동 전기차로서는 꽤 경쟁력 있는 숫자다. ‘메이드인차이나’(made in china)라는 편견을 내려놓는다면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능을 갖췄다. 아쉬운 건 가격이다. 이날 시승한 씰 다이내믹 AWD 트림은 4690만원이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4000만원 초반에 실구매할 수 있다. 동급의 국산 전기차와 비슷하거나 약간 비싼 수준이다. 대부분 소비자가 중국 브랜드 차량의 최대 경쟁력으로 가성비를 꼽는다는 걸 감안하면 선뜻 주머니를 열기 어려워 보인다. 모델3보다는 1000만원가량 저렴하다.

트랙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려 발을 땅에 디뎠을 때 살짝 머리가 띵했다. 씰의 승차감에서 비롯한 건지, 전기차 회생제동(감속시 남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의 영향인지, 트랙 주행의 후유증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생각지도 못한 가격이 머리를 때리긴 했다. BYD코리아는 씰에 이어 올해 안에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씨라이언7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