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에 활발히 회자된 표현 중 하나로 ‘불광불급’(不狂不及)이 있습니다.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기독 고전 맛집’ 6번째 책인 ‘나는 선교에 목숨을 걸었다’(두란노)의 저자 고(故) 하용조(1946~2011) 목사는 자신을 ‘선교에 미친 자’로 자처하는데요. ‘한국 복음주의 4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저자는 온누리교회와 기독 출판사 두란노, 기독 방송사 CGNTV를 세워 한국교회 문화선교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2008년 이 책을 펴낸 그는 시종일관 복음 전파의 긴급성과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읽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아무리 중요해도 그렇지, 선교에 목숨까지 걸 일인가.’ 저자는 이에 ‘먼저 믿은 자로서의 사명’을 말합니다. “구원받은 이들이 최선을 다해 선교사를 파송하는 건 돈이 남아서 그런 게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이 없기 때문”(행 4:12)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위해 “죽는 것도 유익하다”(빌 1:21)고 고백한 사도 바울은 그야말로 “예수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이 열정으로 유대인으로 출발한 소규모 신앙 공동체를 세계인의 교회로 일궜습니다. 목숨 걸고 예수를 믿은 단 한 사람이 가져온 변화입니다. 저자는 묻습니다. “당신도 사도 바울처럼 그렇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만약 교회 하나가 희생해 한국교회가 살 수 있다면, 우리가 한번 희생해서 민족이 살 수 있다면 희생할 만하지 않습니까.”
한편 ‘선교는 일종의 종교·문화 침략 아닌가’란 의문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세기 서구 열강의 선례 때문이지요. 저자는 이전 질문과 같은 맥락으로 이렇게 답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정복하러 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순교하러 가는 사람입니다.”
선교에 목숨 건 저자는 실제 ‘선교사 2000명, 전문인 사역자 1만명 파송’을 사역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교회가 지금 규모에 이르기 전에 세운 목표입니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와 같은 꿈을 꾸는 ‘사명자’가 교회로 모여들면서 해외 선교사와 전문인 사역자로 자원하는 이들이 점차 늘었습니다. 교회는 이들과 함께 국내와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곳곳에 지교회(비전교회)를 세우고 지금껏 제자 양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저자는 선교를 결심한 이들에게 인생의 전성기를 헌신할 것을 당부합니다. 뜻이 있는 청년에겐 대학 재학 중이나 취업 전에 해외 선교지를 체험해볼 것도 권합니다. “헌신도 자꾸 연습해야 는다”는 이유입니다. 최근 이 책으로 설교한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누군가에겐 거부감이 들지 모르지만, 또 다른 이들에겐 거룩한 부담감을 주는 얘기”라며 “책은 무언가에 목숨을 걸 만큼 뚜렷한 목표를 두는 삶의 가치를 전한다”고 해설합니다.
당시 한창 성장가도를 달렸던 한국교회를 향한 우려도 전합니다. 선교하다 보면 눈물과 고통을 필연적으로 겪는데 이를 감수하려는 기독교인이 줄고 있다는 게 지적입니다. 저자는 이를 ‘예수 없는 무덤에 머무르는 자’라고 불렀습니다. “부활을 경험한 우리는 무덤을 떠나야 합니다.… 많은 기독교인이 예수 없는 무덤을, 교회 건물이나 교파, 인간이 만든 종교적 제도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독교가 아닙니다.” 하락세에 접어든 한국교회가 여전히 새길 이야기 아닐까요.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