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도시’ 속 예수] 천국에선 빈둥거리기만 할까

입력 2025-08-02 03:09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73%가 천국을 믿는다. 그 이면을 보면 60%가 사후 세계는 고통 없는 미래이며 거기서는 ‘완벽하게 건강한 몸’을 가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우리가 가질 놀라운 몸에서 영원히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성경은 신자들이 새 하늘과 새 땅에서 하나님과 친밀하게 거할 것이라고 가르친다. 요한계시록 21~22장은 모든 창조물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 안에서 거하는 우주 성전을 묘사한다. 요한은 교회를 도시 신부로 묘사하는데 이는 교회의 정체성을 참 이스라엘과 종말의 성전으로 강조하는 두 가지 상징이다.(9~21절) 새 땅에는 하나님의 영광이 거할 물리적 구조물이 필요 없다. 왜냐하면 창조와 구원받은 인류가 거대한 성전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22절)

여기서 요한은 교회의 기능에 대한 두 가지 단서를 심어 놓았다. 신자들은 “하나님이나 어린양의 얼굴을 볼 것이요 그의 이름이 그들의 이마에 있을 것이다.” 이는 출애굽기(28:36~38)를 떠올린다. 속죄일에 대제사장은 지성소에 두 번이나 들어갔다. 처음 들어가서는 향단에서 가져온 뜨거운 숯불 위에 두 줌의 향을 부어 향연을 만들고 “자비의 보좌를 덮었다.”(레 16:12~13) 이 연기는 대제사장으로부터 증거궤를 가리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임재하신 여호와의 영광에 노출되면 죽기 때문이었다.

출애굽기 28장과 레위기 16장을 적용할 때 우리는 새 하늘과 새 땅에 있는 모든 신자가 놀랍게도 대제사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령은 믿는 이들의 몸에 기름을 부어 근본적으로 바꿈으로써 완전히 거룩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죄의 얼룩, 오염, 더러움은 없다. 영원한 상태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리스도의 사역과 그와의 연합으로 하나님의 임재에 온전히 접근할 수 있다. 그 어떤 향의 연기도 우리를 하나님의 얼굴에서 가릴 수 없다.

두 번째 단서는 요한계시록 22장 5절이다. 신자들은 등불이나 햇빛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하나님이 그들의 빛이 되시고 그들이 영원무궁토록 왕 노릇할 것이다. 마지막 구절은 다니엘서 7장을 떠올리게 한다. 다니엘 7장은 주로 신성한 특성을 지닌 수수께끼 같은 ‘인자’에 관한 것이다. 이 메시아적 인물은 네 번째 짐승(로마제국)을 물리치고 그의 영원한 통치와 동일시되는 한 의로운 남은 자를 옹호할 것이다.(7:11~14, 22~27) 다니엘 7장은 역사의 마지막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예언이기도 하다. 4복음서 모두 예수님이 수수께끼 같은 인자의 아들이며, 그의 삶과 죽음, 부활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예언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복음서는 또 예수님의 추종자들이 그의 영원한 통치를 상속받는다고 선포한다.

계시록 22장 5절은 다니엘 7장 예언의 완성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의 초림과 재림 사이에 있는 신자들은 주로 영적 차원(죄, 거짓 가르침, 유혹 등)에서 사탄과 그의 계략을 지배했지만 새 창조에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영적 영역과 물리적 영역까지 다스릴 것이다.(고전 6:3)

지금까지 논의했던 교회의 제사장과 왕의 이미지를 살펴보자. 우리는 궤적과 힌트, 그리고 미묘한 성경·신학적 연결을 다루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구약성경에서 제사장의 많은 활동이 성소에서의 봉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들은 향을 피우고 등잔을 돌보고 열두 덩이 빵을 차려놓음으로써 성소가 하나님의 의도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책임을 맡았다. 그들의 역할은 하나님의 집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관리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장막과 성전이 새 땅의 그림자라면, 제사장의 유지 관리는 새 땅에 대한 교회의 유지 관리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지 관리에는 식량 생산을 위한 땅의 경작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예수님은 영광스러운 몸으로도 음식을 먹었다.(눅 24:43) 성경에는 그의 백성이 함께 식사하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 하나님은 새 창조에서 만민을 위해 풍성한 만찬을 준비하실 것이라고 말한다.(사 25:6)

계시록 22장 5절에서 발견되는 통치 개념은 종종 영역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적 권위의 행사까지 수반한다. 교회는 새 땅 전체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전유하는 왕으로서 기능할 것이다. 한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 새로운 몸의 목적은 하나님의 새 세상을 지혜롭게 다스리는 것이다. 하프를 연주하며 쉬기만 하는 천국 이미지는 잊어버리라.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을 즐길 것이다. 현세에서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습득한 모든 기술과 재능은 …강화되고 고상해져서 그분의 영광을 위해 활용될 것이다.”

벤저민 글래드

벤저민 글래드는 미국 복음연합(TGC) 이사, 카슨 센터 수석 디렉터이다. 저서로는 ‘하나님 나라와 교회 생활’ ‘성경신학적 신약개론’(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