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외국계 경제단체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자동차 조선 반도체 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 협회들과 함께 노란봉투법 개정 중지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권이 다음 달 4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계 반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암참은 30일 노란봉투법 개정 반대 입장문을 내고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유연한 노동 환경은 한국이 아태지역 비즈니스 허브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라며 “법안이 현재 형태로 시행될 경우 향후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특히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시점에 해당 법안이 어떤 시그널을 줄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규제의 예측 가능성 부족’이 외국계 기업의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혔는데, 이번 개정안은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8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도 노란봉투법에 따른 ‘사법 리스크’로 유럽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조·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영계는 현 내용대로 법안이 시행될 경우 ‘파업 만능주의’가 만연해지고 모호한 사용자 범위 때문에 산업현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총은 이날 12개 주요 업종별 단체들과 함께 노조법 2·3조 개정 중지 촉구 공동성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경제 8단체가 긴급 공동성명을 낸 데 이어 재계도 노란봉투법 저지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자동차 회사는 협력업체가 1~4차까지 1만개가 넘고, 산업 특성상 부품 하나라도 공급이 막히면 생산 자체가 중단된다”며 “협력업체까지 파업한다면 1년 내내 협상만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도 “단체교섭이 증가해 생산 차질을 빚는다면 한국 조선업의 안정성과 신뢰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31일 경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반대 입장을 재차 밝힐 예정이다. 같은 날 경제 8단체는 노란봉투법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끝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다면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