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 해역에서 30일(현지시간)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여파로 일본과 하와이, 미국 서부, 중남미 등 태평양 연안 국가에서 쓰나미 경보와 대피령이 발령됐다. AP통신은 지진과 쓰나미로 여러 명이 다쳤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캄차카반도 동남쪽 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츠키시 해역에서 규모 8.8의 지진이 관측됐다. 진원의 깊이는 20㎞로 조사됐다. 이후 규모 6.9, 6.3의 강한 여진이 이어졌다.
러시아는 쿠릴열도와 캄차츠키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주민 2500명이 고지대로 대피했고, 쓰나미로 항구와 수산 가공공장이 침수됐다. 캄차츠키시의 한 유치원이 일부 붕괴됐지만 당시 건물에 사람이 없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할린 일부 지역에선 5m 높이에 이르는 쓰나미가 관측됐다. 캄차카 당국은 지진 발생 11시간 만에 쓰나미 경보를 해제했다.
이번 지진은 20세기 이후 6번째로 강력한 규모다. USGS 기록상 가장 강력한 지진은 1960년 칠레 발디비아 해안에서 발생한 규모 9.5의 지진이다. 28만명이 사망한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과 1만5000명이 숨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모두 규모 9.1이었다. 캄차카반도는 환태평양조산대 ‘불의 고리’에 속해 지각활동이 활발하다. 1952년 이곳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해 2300여명이 숨졌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전 홋카이도와 혼슈 등의 해안가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가 오후 늦게 주의보로 하향 조정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오염수 방류를 중단했다. NHK는 “쓰나미! 피난! 도망쳐!”라는 문구를 내보내며 긴급재난방송을 송출했다. 일본 기상청은 최대 3m의 쓰나미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와테현 구지항에서 관측된 1.3m가 최대 높이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두 번째, 세 번째로 도달하는 쓰나미가 더 높을 수도 있다며 해안 지역 주민들을 계속 대피시켰다.
대피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에현에서 쓰나미 경보를 받고 차로 이동하던 58세 여성 운전자가 도로 옆 절벽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캄차카반도에서 4000㎞ 넘게 떨어진 미국에도 쓰나미가 도달했다. 하와이 당국은 “파괴적인 쓰나미가 예상된다”며 쓰나미 경보와 대피령을 발령했다. 호놀룰루에선 오후 6시 이후 버스 운행이 중단됐고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 항공편이 전부 취소됐다. 지진 발생 6시간 만에 카훌루이 지역으로 1.74m의 쓰나미가 밀려왔으며 하와이 다른 지역에도 1m 안팎의 쓰나미가 연달아 닥쳤다.
중국은 지진 발생 직후 “재해성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황색경보를 발령하며 동부 연안과 대만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