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대미 담화에 대해 “유리한 전략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자신감을 가진 측면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 능력 고도화와 견고해진 북·러 관계를 기반 삼아 적극적인 대외 메시지 발신에 나섰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고 야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말했다. 이 의원은 “북한 스스로 핵 능력이 강화됐고, 러시아의 뒷배, 러시아에 대한 파병 등으로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유리한 전략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대남·대미 담화를 연이어서 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할 때만 대화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핵과 관련해선 자신들이 능력을 갖고 있으니 핵 폐기 등을 조건으로 해서 대화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일절 응하고 있지 않다”며 “북한이 기존 입장을 견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대화가 열리거나 그런 데 대한 (국정원의) 해석은 일절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여당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보고에 대해 “(북한이)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할 수도 있다, 유리한 입장에서 대화할 수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고 해석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28일 담화에서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 없다”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이튿날에는 “우리 국가수반(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조·미 수뇌들 사이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롱”이라는 대미 담화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를 부각하면서도 비핵화 협상엔 선을 긋고, 북·미가 핵보유국이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