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3극점(북극·남극·에베레스트)·7대륙 최고봉을 등정하며 ‘산악인의 전설’로 불렸던 허영호 대장이 담도암 투병 끝에 29일 별세했다. 향년 71세.
1954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허 대장은 한국 산악 역사에 무수한 최초와 최고 기록을 남기며 도전 정신을 일깨웠다. 1987년 한국인 최초로 겨울철에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올랐다. 2017년 5월 국내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63세), 최다 에베레스트 등정(6회) 기록을 썼다.
에베레스트에 이어 1994년 남극점, 1995년 북극점 등정에 성공했다. 에베레스트와 남미 아콩카과(6959m), 북미 매킨리(6194m),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오세아니아 칼스텐츠(4884m), 유럽 엘부르즈(5642m), 남극 빈슨 매시프(5140m) 등 7대륙 최고봉 정상을 밟았다.
그의 도전엔 끝이 없었다. 1998년 어린 시절 파일럿의 꿈을 이루고자 초경량 항공기 조종면허증을 땄다. 2007년 1월 1일 항공기를 몰다 엔진이 꺼져 해상 불시착 사고를 겪은 뒤 구조됐지만, 이듬해 4월 경기 여주에서 제주까지 왕복하는 국토종단 단독 비행에 재도전해 성공했다.
정부는 공로를 인정해 체육훈장 기린장(1982년), 거상장(1988년), 맹호장(1991년), 청룡장(1996년)을 수여했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일, 장지는 충북 제천 선영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