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배임죄가 남용되며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 제도적 개선을 모색할 때”라며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의 상법 및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개정, 법인세율 상향 드라이브로 커지는 재계 우려를 달래려는 방편이다.
이 대통령은 30일 비상경제점검TF 3차 회의에서 “신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제적·재정적 제재 외에 추가로 형사 제재까지 가하는 것이 국제적 표준에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이번 정기국회부터 본격 정비를 시작해 ‘1년 내 30% 정비’와 같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기업인은 한국에 가서 법인을 맡아 달라고 하면 ‘잘못하면 감옥에 간다’며 손사래 친다더라. 우리 생각보다 외국인 사이에서는 배임죄에 대한 공포가 (큰 것 같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형법상 배임죄는 범죄 구성요건이 모호해 수사기관의 임의적 판단이 개입되고 경영 판단을 과도히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업 관련 법령에 처벌조항이 형법과 중복으로 들어가 이중처벌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를 개선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평소 소신이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인 지난해 11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기업 경영인이 걱정하는 검찰 수사와 처벌의 문제, 특히 배임죄 문제는 검찰권 남용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달래기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상법 개정안이 공포된 데 이어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4%→25%)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재계가 일제히 우려를 표하자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기업 협조가 필요한 이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다는 의미다.
당정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전날 대검찰청에 “(배임죄 관련) 사건 관계인 진술을 충분히 경청하고, 증거와 법리를 면밀히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특별배임죄 규정을 삭제하는 상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선 “저성과 예산이나 관행적인 지출 예산은 과감히 구조조정하라”며 “지출 부문에 있어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할 뿐 아니라 경직성 경비를 포함한 의무적 지출에 대해서도 한계를 두지 말고 정비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