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가총액 세계 1위였던 애플의 ‘굴욕’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분야 인재의 연이은 이탈과 함께 처음으로 중국 매장 철수를 결정하는 등 AI 전환기의 주도권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핵심 AI 연구원이었던 보웬 장이 조만간 회사를 떠나 메타의 ‘초지능 연구소’에 합류할 예정이다. 장 연구원은 애플 AI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을 구축한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AFM) 팀의 일원이었다.
최근 한 달간 애플의 핵심 AI 연구원이 메타로 옮긴 사례는 공개된 것만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애플 AI 모델 개발을 총괄하던 임원 뤄밍 팡이 2억 달러 이상의 보상을 받고 메타로 이직했다. 같은 AFM팀 연구원 2명도 최근 애플을 떠나 메타에 합류했다. 애플은 지난해 자체 AI 엔진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지만 이후 핵심 기능인 음성비서 시리(Siri)에 대한 개선 작업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상태다.
아이폰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애플은 처음으로 중국 직영매장의 문을 닫기로 했다. 29일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애플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랴오닝성에 있는 다롄 백년성 지점 매장을 다음 달 9일까지만 운영한다고 밝혔다. 2015년 10월 문을 연 이 지점은 다롄 지역의 첫 애플 매장이었다.
애플 측은 구체적인 폐점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이폰은 2023년만 해도 중국에서 25%가량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지만, 이후 점차 약세를 보이다가 올해 2분기 5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본토 스마트폰 점유율 1위 기업은 화웨이(18%·1220만대)였다. 이어 비보(17.4%·1180만대), 오포(15.7%·1070만대), 샤오미(15.3%·1040만대) 순으로 1~4위까지 모두 중국 토종 브랜드가 차지했다. 애플의 점유율은 14.9%(1010만대)로 5위에 머물렀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