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국내뿐 아니라 외국 경제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800여 기업이 회원인 최대 외국 경제단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30일 “한국 투자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데 따른 반응이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기업인들을 잠재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여당은 다음 달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자칫 국제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는 만큼 절대 서두를 일이 아니다.
이들 단체 발언엔 날이 잔뜩 서 있다. ECCK는 “(무수한 하청 노조의) 교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한국보다 노동친화적 환경에 익숙한 유럽계 기업들의 반응이기에 예사롭지 않다. 암참은 정치적으로 민감할 메시지까지 던졌다. 암참은 “(10월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시점에 해당 법안이 어떤 시그널을 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법이 외교적 논란도 부를 수 있다는 뉘앙스다.
지난주만 해도 정부안은 노란봉투법 시행 유예기간을 1년으로 하고 노동쟁의 범위도 일부 제한했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노총 등 지지층의 압력에 밀려 ‘유예기간 6개월’ ‘경영상 판단도 쟁의 대상’ 등의 강화안으로 둔갑시켰다. 노동계 대선 청구서를 받아들인 셈인데 이래서야 현 정부의 ‘기업 주도 성장’ 구호를 누가 진정성 있다 보겠나.
관세 협상과 법안이 상충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하청이 가장 많은 분야가 조선업이다. 정부는 관세 협상에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을 다시 위대하게) 방안을 대미 설득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미국 조선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해외투자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면’ 파업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쪽에선 투자를 부추기고 한 쪽에선 막겠다는 얘기다. 암참 보고서는 비관세 장벽 대응 등 미 정부의 통상정책에도 반영된다. 민감한 시점에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외국인 투자가 줄고 기업이 빠져나가 일자리가 없어질 때 노동자가 최대 피해를 본다. 노란봉투법을 쓸 기회도 없어질 지 모른다. 그런 날이 오길 바라나. 노사정이 충분한 대화와 협의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