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격노’ 회의 직후 이종섭과 통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 우려 표해

입력 2025-07-30 18:54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권현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른바 ‘VIP 격노’ 직후 이뤄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채해병 사망 사건 관련 군 자체 조사에서 지휘부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우려를 표했던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입증이 까다로운 민간 영역의 산업재해 사건과 비교해 가며 군 자체 조사 결과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한 것이 법리적으로 무리일 수 있으니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수석비서관회의 직후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윤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통화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과 관련해 법률적 설명을 이어가면서 임 전 사단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우려했다고 한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은 산업재해 사망 사건에서도 업무상 과실치사를 입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본인의 법률적 경험에 빗대어 설명하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는 채해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에서 특검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점 중 하나다. 이 통화를 기점으로 이 전 장관의 조사 결과 회수 및 사건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군의 초동조사 결과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 직전 회의에서 군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는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격노한 사실과 관련해 회의 참석자 다수의 진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격노의 배경에 ‘임성근 구명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이 조사 결과와 관련해 신중한 판단을 강조했을 뿐 ‘임 전 사단장 혐의자 제외’ 등 외압으로 느낄 만한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 측은 앞서 특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기억에 남을 큰 사고,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통화였다면 그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을 터인데 당시 통화가 통상적인 대통령과의 소통이다 보니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지호 이서현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