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美서 쉽게 돈 벌었다”… 미국내 반감 관세 협상 ‘발목’

입력 2025-07-31 02:02

미국이 제시한 관세 유예 시한이 임박하면서 미국 내부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그동안 쉽게 돈을 벌어 왔다”는 반감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 내 불만에 더해 북한으로 인한 안보 문제까지 족쇄로 작용하면서 경제·통상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30일 통상 현안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워싱턴DC 안팎에서 한국 기업이 그동안 ‘쉽게 돈을 벌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며 “관세 협상이 어떻게 결론나더라도 우리 기업의 미국 내 경제 활동이나 대미 흑자 수준이 점차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1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당시 “한국은 자동차를 팔아 큰 이익을 얻지만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못 팔고 있다”고 비난했고, 이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이 우리를 이용해 왔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이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EU보다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에는 안보 문제도 한 이유로 꼽힌다. 대미 협상 실무진 사이에선 “북한으로 인한 안보 문제가 얽혀 있어 관세 협상이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더 어렵다”는 토로가 공통으로 나온다. 국방비 인상, 주한미군 재배치, 인도·태평양지역 집단방위체제 등 미국이 압박하는 안보 문제가 언제든 통상 문제와 연결돼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집중해 협상을 타결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안보 문제를 포함해 ‘전선’이 너무 넓혀지는 바람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관세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앞으로 미국의 통상 압박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일방적 협상으로 성과를 얻어낸 ‘트럼프 학습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은 이번에 국제법을 무시하면서까지 투자를 종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학습했다”며 “지금은 자존심을 버리고 협상에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