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국민의힘과 동수(각 6명)로 구성키로 합의한 것을 놓고 내부 반발이 터져 나왔다. 대선 과정에서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나 계엄에 동조한 국민의힘 의원 제명을 추진해야 하는데 과반 의결이 불가능한 ‘식물 윤리위’를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30일 김병기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페이스북은 윤리특위 구성을 비판하는 민주당 지지층 댓글로 가득 찼다. “윤리위원 반을 넘겨주는 게 그렇게 외치던 ‘한 방’이냐” “내란당과 협치하려는 거냐” “협치가 아니라 협착이다” 등의 원색적 성토가 많았다.
김 원내대표는 비판이 커지자 ‘성동격서(聲東擊西)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사자성어를 올렸다. 윤리특위 구성에서 일부 양보는 했지만 더 큰 것을 노리고 있다는 ‘해명성’ 메시지로 읽힌다. 하지만 이 글에도 “민주당에 권력을 괜히 준 게 아니다. 왜 비주류 행세냐” 등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1년2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는 윤리특위 구성의 시급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전체 위원 12명 가운데 절반인 6명을 달라는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는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윤리특위를 계속 공전시키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논의라도 가능하게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윤리특위 자체가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우위의 윤리특위를 구성했더라도 실제 의원직 제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의원직 제명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명의 찬성이 필요해 범여권 의석(188석)만으로는 부족하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어차피 의원직 제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럴 바에는 일단 윤리특위를 가동시켜 징계안을 심사라도 하는 게 의미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내심 식물 윤리특위를 바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 11명에 대한 징계안도 제출돼 있어서다. 민주당이 야당 의원 징계안 처리에 나선다면 자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도 논의될 수밖에 없다. 특히 보좌진 갑질 논란이 제기된 강선우 의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를 무조건 감싸기도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리특위는 어차피 여야 의원들끼리 ‘짬짜미’하는 구조라 자기들끼리 진짜로 징계를 주고받지는 않는다. 보여주기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판 송경모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