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계주 사상 첫 금 주인공은 ‘태양의 후예’ 염소소년 조엘진

입력 2025-07-31 01:29
독일에서 지난 27일 개최된 2025 라인-루르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나마디 조엘진 선수. 예천군 제공

한국 육상 사상 첫 세계 종합대회 계주 금메달의 주역 나마디 조엘진(19·예천군청) 선수가 과거 유명 TV 드라마 아역배우로 활동한 이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30일 예천군에 따르면 조엘진 선수는 지난 2016년 송혜교·송중기 주연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아역배우로 등장했다. 극중에서 가상 재난 지역 우르크에 의료봉사를 나간 의사 ‘치훈’(샤이니 온유)과 한 장면에 나왔다. 발칸반도 끝에 있다고 가정된 해당 지역은 미인이 많고 그리스 문자와 러시아어를 쓰는 것으로 설정됐다.

사진은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아역배우로 등장한 장면. 예천군 제공

치훈이 선물로 신발을 건네자 조엘진은 “이거(신발) 말고 염소 사줘, 염소 키우고 싶어”라고 답했다. 해당 장면은 전쟁의 참상을 드러낸 대목으로 꼽혔다. 조엘진은 이후 ‘염소 소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엘진 선수는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육상 멀리뛰기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육상을 시작했다.

고등학생 시절 100m를 10초 35에 주파하며 한국 고등부 신기록을 수립해 단숨에 대한민국 차세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이후 올해부터 예천군청 실업팀에 합류해 성인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4월 성인 무대 데뷔전인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표 선발전 남자 100m에서 1위에 올랐다. 5월 구미에서 열린 2025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는 38초49로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결국 지난 27일 독일에서 개최된 2025 라인-루르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는 대한민국 육상 역사상 세계 종합대회 단거리 계주 종목 최초의 금메달이었다. ‘육상의 꽃’으로 불리는 단거리 달리기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히지만 한국 육상은 그동안 단거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조엘진 선수는 “스스로 실력을 입증해 대한민국 육상의 미래를 책임지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그의 도전은 예천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육상 전력으로 자리 잡는 첫걸음이자 예천군의 스포츠 브랜드 가치를 세계 무대에 각인시키는 상징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천=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