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실제 생명의 가치가 지역과 국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고 있다. 세계는 분쟁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그 분쟁을 바라보는 관심도는 매우 다르다. 국가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동의 분쟁, 우크라이나의 분쟁은 크게 다뤄지고 있지만 미얀마 내전의 경우는 4년을 넘겼음에도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21년 발발한 미얀마 내전으로 이달까지 5만3504번의 충돌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미얀마 내에서 매일 50회에 가까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최근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 내전으로 약 350만명이 고향을 떠나 밀림과 국경 지대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가 2021년 쿠데타를 통해 민주 정부의 권력을 찬탈한 이후 벌어진 참극이다. 미얀마 군부에 대항해 소수민족저항조직(EAOs)과 시민방어군은 미얀마 대도시와 평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저항하고 있다. 이 충돌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상은 무고한 미얀마 국민이다.
이들 피란민은 인간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생명 교육 거주 등에 있어 차별적 대우를 받거나 아예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지만 미얀마 국민의 현실은 국제 사회에서 존귀한 존재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 심각한 현실은 내전 해결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전과 관련해 미얀마 군부는 권력을 내려놓을 의도가 전혀 없으며, 소수부족 세력들은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태국에서 미얀마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라리따 한웡 까세삿대학교 교수는 “미얀마 문제는 하늘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내전의 피해지역은 매우 광범위하다. 그 가운데 한 곳이 카렌주에 있는 티써래 마을과 와래 지역이다. 두 지역은 서로 가까운 곳에 있는데, 최근 미얀마 공군기와 박격포 공격으로 주민들은 더는 그곳에 머물 수 없어 밀림과 국경으로 피란을 떠나야 했다. 특히 티써래 지역은 지난 4일부터 세 차례 공군기 공격과 박격포 공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미얀마 공군기는 마을 안에 폭탄을 투하해 5명의 무고한 시민들에게 중경상을 입혔고, 일주일 뒤엔 박격포로 공격했다. 공군기의 또 다른 폭탄투하로 티써래 학교의 모든 시설이 파괴됐다.
이들의 공격으로 피신한 카렌 피난민들은 밀림과 국경 지대로 흩어졌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흩어진 이들의 형편은 절망적이다. 어떤 곳은 60여명이 한 집에 머물러야 했고, 박격포 포탄으로 화상을 입은 환자는 치료과정에서 혼절하기도 했다. 미얀마군에 의해 체포돼 사망한 카렌족을 아버지로 둔 두 어린아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 아이는 얼마 전 어머니를 잃기도 했다.
이들에게 유일한 소망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의 아버지가 되시는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그들을 위해 하나님의 사람들을 보내주셨다. 그들의 절망적인 소망의 소식을 듣고 한국교회가 도움의 손길을 주기 시작했다.
또 한가지 소망은 연약한 공동체가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헌신이다. 티써래 교회와 학교 교직원들은 미얀마 공군기 폭격의 피해 당사자이지만 특별한 헌신을 했다. 특별헌금을 모아 이를 이번 공군기 폭격과 박격포 공격으로 상처 입은 자들을 위해 사용했다. 이들을 돌보는 무무애 목사는 자신조차도 힘든 상황에서 그에게 있는 소중한 재정을 그 환자들에게 지원했다. 그들에게 남아 있는 식량은 겨우 2개월 치 뿐이지만, 그들은 인간적인 계산보다도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어린아이의 오병이어를 통해 수천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방법과 희생을 이번 어려움에 참여한 한국교회 성도들을 통해 느낀다. 여전히 분쟁 해결의 길은 보이지 않고 매일 총소리와 대포소리가 들리지만 더 큰 하나님의 섭리가 계속되고 있음을 본다.
오영철 태국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