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교육비보다 비싼 강아지 유치원… 입소 경쟁도 치열

입력 2025-07-31 00:40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1)씨는 최근 한 달을 기다려 반려견을 유치원에 입학시켰다. 반려견의 사회성과 적응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이씨는 “피트니스 수업, 소풍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찬 프로그램에 혹했다. 치열한 입소 경쟁 때문에 보호자 사이에서 ‘스카이개슬’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3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 주인이 ‘반려견 유치원’에서 쓴 비용은 1마리당 월 평균 25만48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달 평균 유아교육비(22만6491원)보다 많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조사한 지난해 반려동물 가구의 월평균 양육비는 19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지난해 온라인 반려용품 거래액은 2조7806억원(통계청 조사)으로 전년보다 22% 늘었다.


‘펫팸족’(Pet+Family)들이 반려견을 위해 지갑을 열면서 기업들도 반려가구를 겨냥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상이 2023년에 자회사 ‘대상펫라이프’를 설립하고 노령견용 영양식 브랜드 ‘닥터뉴토’를 출시했다. hy는 유산균 음료 ‘펫쿠르트’를 선보이며 기능성·연령별 제품 강화에 나섰다.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는 분위기다. 하림펫푸드는 지난해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풀무원의 두부 간식 ‘아미오’는 지난해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172% 많은 매출을 올렸다.

반려가구를 위한 서비스도 늘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반려견 전용 음료 ‘멍푸치노’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할리스는 반려동물 배변봉투와 전용 주차장 등을 갖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반려견 생일 케이크 예약이나 전용 디저트를 찾는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가는 여행이 늘면서 기내용 가방과 카시트 수요도 증가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부로 여겨지면서 생애 단계에 따라 소비도 정교해졌다. 품질과 정서적 가치를 함께 만족시키는 서비스가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