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쓴 한 여성이 우주의 항성 주변이 붉게 빛나는 그림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두 달 전 카타르에서 열린 한국 미술전에서다. 이 작품을 그린 서양화가 정민수(65·사진) 작가는 30일 서울 관악구 스튜디오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담은 작품을 오랜 시간 바라본 무슬림 여인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느꼈다”고 했다.
정 작가는 한국과 카타르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5월 한 달간 도하 카타라 문화마을 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현대미술전에 우주를 주제로 한 작품 6점을 전시했다. 그린하우스, 영광의 빛, 자유, 축복, 소망동산, 영원한 빛 등 각 작품은 그의 신앙고백과 같다. 정 작가는 “이슬람국가에서 열리는 행사이기에 자세한 설명을 할 순 없었지만 모든 작품은 기도와 묵상으로 탄생했다”며 “관람객이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자연스럽게 느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경이롭다’는 평가가 이어졌다고 한다. 정 작가는 2014년부터 편백 가루를 캔버스 표면에 깔아 무수한 별을 표현해왔다.
전시회는 양국 수교 50주년인 2024년에 맞춰 열려야 했으나 대관 문제로 한 차례 무산됐다. 그때 정 작가가 붙든 말씀은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사 43:19)였다. 결국 올해 전시회가 진행돼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담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제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이 예수님이 언제나 함께하신다는 진리를 알길 소망합니다.”
정 작가는 미국 서던일리노이대와 위스콘신대 매디슨 대학원에서 서양화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연로한 모친을 돌보기 위해 국내로 돌아와 작품 활동을 해왔다. 충북 진천, 경기도 파주를 거쳐 현재 작업실에 자리 잡고 인근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최근엔 아내와 경기도 남양주 한 개척교회를 도울 일도 찾고 있다. 정 작가는 “개척교회와 어린이와 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하나님 영광을 드러내는 작가로 살고 싶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