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뚫고 재난 지역으로 간 교회… 단기 사역 구슬땀

입력 2025-07-31 03:00
서울 서현교회 교인이 29일 경북 안동 도진교회에서 지붕 수리를 하고 있다.

산불과 폭우가 할퀴고 간 국내 재난 지역에서 한국교회가 단기선교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교회 밖으로 손을 뻗어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아웃리치’를 실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온열질환 발생주의.’ 29일 경북 안동은 낮 기온 36도를 넘겼다. 불볕더위에 유의하라는 안전 안내문자가 30분마다 휴대전화 화면을 깨우는 날씨였지만 안동 도진교회(백남훈 목사) 앞은 긴팔 작업복에 토시와 햇빛가리개로 중무장한 사람들로 열기를 더했다. 이들은 산불 재난 이후 어려움을 겪는 안동 지역교회 보수작업을 돕기 위해 모인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교인들이었다.

서현교회 봉사자들과 안동지역 어린이들이 같은 날 경북 안동태화교회에서 재난으로 미뤄진 여름성경학교를 열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장면.

올여름 서현교회가 아웃리치 대상으로 삼은 곳은 해외가 아닌 국내 재난 지역이다. 안동 일대 12개 교회를 돕기 위해 성도 120여명이 참여했다. 사역은 4일간 진행된다.

도진교회 보수작업을 총괄한 이용범(66) 서현교회 장로는 “직접적인 산불 피해는 없었지만 건물이 낡아 장마철이 더 걱정됐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 차원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역을 위해 여름휴가를 반납한 가족도 있었다. 이현지(32) 송원기(32)씨 부부는 “교회를 재건하는 뜻깊은 일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며 “하나님의 일에 참여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당 수리와 병행해 아이들을 위한 성경학교도 열렸다. 차량으로 20분 거리의 안동태화교회(이원태 목사)에서는 찬양과 율동, 놀이가 이어졌다.

선한목자교회 바울교구 교인들이 최근 안동 빛과소금교회에서 어르신들 미용봉사를 하는 모습. 선한목자교회 제공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 바울 교구 성도 53명은 지난달 27~28일 경북 영덕 빛과소금교회(최병진 목사)를 찾아 임시 예배당을 정비하고 주차장 평탄화, LED TV 설치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마을 주민에게는 삼계탕을 대접하고, 손톱다듬기와 미용 봉사도 함께했다. 8월에는 청년부가 다시 방문해 어린이 여름성경학교를 열고 가을에는 남선교회 중심의 추가 아웃리치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 목양교회(이규환 목사) 교인 15명은 지난 21일 새 단장을 마친 경북 영덕 어천교회(한영식 목사)를 방문했다. 산불 피해 당시 예배당 절반이 불에 탄 이 교회를 위해 목양교회 교인들은 헌금을 모아 새 음향장비와 강대상을 제공했다.

교회들의 연합 지원도 펼쳐졌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소속인 경북 구미제일감리교회(최세헌 목사) 서울 육군사관학교 문무대교회(김영호 목사) 부산온누리교회(박성수 목사)는 지난 3월 발생한 산불 피해 이후 헌금 3700만원을 모아 안동과 영덕 지역 지원을 공동 기획했다. 지난 20일에는 부산온누리교회 성도 25명과 구미제일교회 성도 10명이 함께 안동제일교회를 찾아 지역주민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발마사지와 미용봉사, 선물 증정 등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 27일에는 부산온누리교회 의료선교팀 20명이 영덕중앙교회를 찾아 진료 봉사를 벌였다. 세 교회는 안동과 영덕을 각각 두 차례씩 추가 방문할 예정이다.

단체 차원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대구 기윤실을 중심으로 지난 5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경북 영덕과 경남 합천 일대에서 자원봉사를 진행했다. 총 111명이 농번기 일손 돕기를 비롯해 모듈주택 청소와 음식 제공, 수해 복구, 환자 진료 등 활동을 전개했다.

지저스커피선교회 백두용 목사는 지난 23~24일 경남 산청 수해 지역을 찾아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핸드드립 커피를 나눴다. 백 목사는 약 3년 전부터 수해나 산불 등 재난 현장을 찾아다니며 커피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생계가 무너진 지역경제 역시 또 다른 재난의 현장이다. 여름수련회를 지역 회복의 통로로 활용한 교회들도 있다. 경기도 화성 주다산교회(권순웅 목사)는 지난 27일부터 강원도 강릉에서 수련회를 열고 지역 교회와 함께 전도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강릉시장 식사 투어와 지역 물품 구매를 통해 침체된 상권에 숨을 불어넣었다. 태백시기독교연합회(회장 백창곤 목사)와 태백성시화운동본부(본부장 오대석 목사)도 강원도 태백 황지교회(김종언 목사)와 검룡소 등에서 찬양집회, 시티투어를 열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손동준 김동규 김용현 임보혁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