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도 미국행… ‘관세 협상’ 재계 총력 지원

입력 2025-07-30 18:58 수정 2025-07-30 19:29

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정부의 미국 관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재계 인사로는 3번째 등판이다. 다음 달 1일 관세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막판 총력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3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경제·통상·외교 수장이 진행 중인 관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는 조선 등과 함께 이번 관세 협상에서 핵심으로 거론되는 산업 중 하나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최근 미국의 자동차 품목관세를 기존의 절반 수준인 15%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협상에 실패하면 현대차그룹은 세계 2위 시장인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협상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기업이 현대차그룹”이라며 “정부가 요청하면 어떤 식으로든 총력을 다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 회장이) 미국 정부와 미팅을 추진하러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 발언을 던진 직후부터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애초 정부가 국내 기업들로부터 약속받은 직접 투자액 ‘1000억 달러+α(알파)’에 가장 많이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엔 정 회장이 직접 트럼프를 만나 4년간 21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당시 정 회장은 “관세는 국가 대 국가 문제이기 때문에 한 기업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정책이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협상은 정부 주도하에 개별 기업도 해야 하므로 그때부터 시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정 회장은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찬 간담회에서도 대미 투자 계획과 글로벌 통상에 관한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엔 김 부회장이 미국에 갔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제안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인 29일엔 이 회장이 워싱턴으로 갔다. 삼성 측은 이번 출장이 거래처와의 비즈니스 미팅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협상단을 현지에서 지원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협력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