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카자흐스탄에서 선교 사역을 하는 박선희(60) 선교사에게 작스바예비치 가족은 오랜 기도의 열매다. 무슬림이었던 아버지 쿠아트씨는 박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접하고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해 목회자가 됐고, 어머니와 자녀 6남매도 예수님을 믿게 됐다. 안식년을 맞아 쿠아트씨의 세 딸과 함께 한국에 입국한 박 선교사를 30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에서 만났다.
박 선교사는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기차로 31시간 떨어진 러시아 국경 지역에 페트로파블롭스크성결교회를 개척했다. 주로 이슬람과 러시아정교회를 믿는 카자흐스탄 주민들은 겉으로는 기독교에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은근한 배척 분위기가 있었다. 그는 “카자흐스탄은 15세 이하에겐 전도할 수 없고 교회를 세우려면 지역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영주권을 따기 전까지는 비자를 받기 위해 3개월마다 다른 나라에 다녀와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외로운 사역 속에서 작스바예비치 가족은 박 선교사에게 큰 힘이 됐다. 쿠아트씨는 교회 부목사로 사역 중이고 자녀들은 바이올린이나 교회학교 교사, 영상 담당 등으로 저마다 교회 사역을 돕고 있다. 첫째 딸 자드라(27)씨는 찬양 사역자와 결혼해 알마티에 있는 교회에서 신앙을 이어가고 있다.
자드라씨와 사라(17) 마리암(14)양은 신길교회가 주최한 전국청소년성령콘퍼런스 참석을 시작으로 한국교회를 탐방하고 한국 곳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2박3일 동안 열린 콘퍼런스는 자매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자매는 콘퍼런스 중 열린 교회별 장기자랑에서 전통 의상을 입고 악기를 연주해 3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사라양은 “콘퍼런스 전날 한국에 도착해 피곤했는데 역동적인 예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알고 있던 찬송가를 랩처럼 부르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이렇게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리암양도 “많은 또래 친구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어 은혜로웠다”고 말했다.
현재 페트로파블롭스크교회에는 20~30명의 현지인이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아직 신앙이 약해 세례를 받은 후에도 교회를 멀리하는 성도도 많다. 자매는 박 선교사와 함께 매일 같이 친구 5명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면서 지역 복음화를 위한 동역자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선교사는 “6남매와 같은 다음세대의 신앙이 점차 성장해 페트로파블롭스크교회와 나아가 카자흐스탄 곳곳의 교회가 부흥하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이번 한국에서의 경험이 이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돼서 현지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