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성가대에 설교하다

입력 2025-08-02 03:03

이미 아는 사실을 상대방이 계속해서 말할 때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다. 한국어로는 ‘두말하면 잔소리’처럼 그 정도는 나도 아니까 그만하라는 뜻으로 영미권에서는 다음과 같은 표현을 쓴다고 한다. “너는 지금 성가대에 설교하고 있어.” 성가대원은 주일마다 꼬박꼬박 교회에 나오고, 다른 교인보다 한 시간 이상 먼저 와서 성가 연습을 할 정도로 교회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신앙의 초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가대에 설교한다는 말은 다 아는 사람에게 뭘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하냐는 뜻을 나타내기에 적절해 보인다.

주일마다 교회에서 설교를 듣는다. 엄마 품에 안겨 교회에 갔던 시절,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던 날들을 제외해도 어림잡아 2000번 이상 설교를 들었을 것이다. 세월의 힘은 강하다. 이제는 새로운 설교를 들었다고 감격하고 감탄하는 날이 별로 없다. 하지만 나는 얼추 아는 설교를 들으러 교회에 간다. 수도 없이 들어서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아직 내 삶에 들어오지 못한 메시지를 마음에 담으러 간다. 언젠가는 저 설교에 담긴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나의 일부가 될 거라는 소망을 간직하고 성가대석에 앉는다.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