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기가 뜨겁다. K팝·K드라마를 넘어 최근 e스포츠, 미용 시술, 한글 배우기 등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국가별 여행 트렌드와 콘텐츠 선호 등을 적시에 반영해 차별화된 전략을 펼친 한국관광공사의 노력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K팝·K드라마… ‘한류 팬심’ 공략
K팝·K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자 관광공사는 글로벌 한류 팬심을 실제 방한 수요로 연결시키는 기획·판촉 사업을 펼쳤다. 그 결과 지난해 INK 콘서트(인천), BOF 콘서트(부산), 드림콘서트(경기도 고양) 등 연계 프로모션으로 약 3만 6000명의 외국인 모객에 성공했다. 2017년부터 누적 실적은 약 26만 4000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시기 콘서트 관람, 해외여행 등 오프라인 활동은 어려워졌지만, 한류에 대한 관심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기반 영상 콘텐츠 등으로 중심을 옮겨갔다. 관광공사는 팬데믹 이후 ‘한류 팬심’을 실제 방한으로 연결할 수 있는 항공권 프로모션 ‘티켓 투 케이 바이브(Ticket to K-VIBE)’를 선보였다. 한국행 항공권을 구매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K팝 콘서트 티켓을 제공했다. 프로모션 참여한 외국인은 사업 첫해인 2024년 1만 6000명을 넘겼다.
올해는 K팝 아티스트에 대한 팬심을 한국 문화 전반에 걸친 소비로 연결시키고자 ‘한류, 케이 패스(K-Pass)’ 캠페인을 진행했다. K팝 콘서트를 관람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K뷰티, K푸드, 한국 전통문화 등과 결합한 여행 상품에 대해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론칭 첫 달인 6월에만 800건 넘는 한류체험 상품에서 할인 쿠폰이 발급됐다.
교육열 높은 아시아권엔 ‘런케이션’
2021년 전자여행허가제(K-ETA) 도입으로 방한 비자 발급이 어려운 일부 국가에서 한국 방문이 제한됐다. 관광공사는 ‘교육 여행’을 새로운 유치 전략으로 삼았다. 비자 발급이 쉽거나 K-ETA 면제 대상인 17세 이하 청소년과 중산층 학부모의 교육열에 주목해 교육과 여행을 결합한 ‘런케이션’ 형태의 체류형 상품을 기획하고 공략에 나섰다.
관광공사 울란바토르 지사는 교육열이 높은 몽골 고소득층 학부모를 공략했다. 지난 5월 부산 소재 국립한국해양대학교·동명대·신라대 등을 중심으로 청소년 리더십 캠프 상품을 출시했다. 6~7월에는 대학 캠퍼스 투어, 한국 유학 상담, 한국어 단기 연수 등을 포함한 ‘진로 탐색형 여름 캠프’ 상품을 내놓았다. 올해만 747명의 학생이 한국을 찾았다.
방콕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 역시 K-ETA 장벽을 우회하고 있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한 태국 명문고 학생과 국제청소년로봇연맹을 타켓팅해 한국으로 유치했다. 필리핀에서는 K드라마 촬영지, 야구 경기 관람 등 시장 맞춤형 상품을 선보여 341명의 청소년이 수학여행지로 한국을 택했다.
단체관광객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중국 관광객도 ‘교육’을 위한 소규모 한국행을 늘렸다. 관광공사 베이징 지사는 중국 최대 민간 교육기관인 ‘신동방’과 협업해 교육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5박 6일 동안 자연·과학 체험, 대학 캠퍼스 탐방, 한국어 수강, 전통문화 체험 등 프로그램 중 2회 이상 참여할 수 있다.
중화권 중장년층에게는 건강, 웰니스 프로그램을 결합한 상품이 주목받는다. 관광공사 상하이지사는 한식 조리법, 채식·건강식 위주의 쿠킹 클래스가 포함된 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스포츠·비건·낙화놀이… ‘新 한류’
관광공사는 2024년을 ‘스포츠관광 원년의 해’로 선포했다.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 대상 한국 스포츠 방한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객 유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야구에서는 대만 야구리그에 한국 치어리더가 진출한 뒤 한국 응원문화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관광공사는 K응원문화 상품을 개발했다. 지난 4월 10일 대만 관광객 104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7월 말까지 총 6개 단체에서 약 300명의 야구응원 상품 관광객을 유치했다.
베트남은 e스포츠 선호 국가라는 점을 공략했다. 지난해 현지 여행사와 손잡고 e스포츠 패키지 관광 상품을 시범 판매해 109명의 e스포츠 팬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중화권 e스포츠 팬층을 겨냥한 대회 티켓 연계 상품도 있다. 지난 6월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LCK MSI(LoL 국제대회 중 하나인 MSI 출전 국내 대표 2개 팀 선발전)에 베이징 등 중화권 해외지사가 공동 모객을 진행한 결과 260여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전 세계 비건·채식 인구 증가에 발맞춰 2023년 미국 현지 비건 전문 여행사와도 손을 잡았다. 비건·채식층을 위한 한국 관광 상품을 2024년 최초로 출시해 관심층의 한국 여행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본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로컬관광 콘텐츠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10월 ‘함안 낙화놀이 상품’을 개발해 1000명 모객을 목표로 집중 판촉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종훈 국제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한류가 K팝·K드라마에서 교육·스포츠·음식·전통문화 등을 아우르면서 스포츠, 런케이션 등 신한류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최근 인기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연계해 한국관광 통합플랫폼(VisitKorea)에 관련 콘텐츠를 게재하는 등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