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육 본질 지키며 지성·영성 겸비한 인재 키울 것”

입력 2025-07-31 03:06
배광식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이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의 학교 총장실에서 신학교육의 방향성과 학교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용인=신석현 포토그래퍼

급변하는 시대적 도전 앞에 한국교회와 신학교육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정통 개혁주의 신학의 보루로 자리매김해 온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이하 웨신대)가 제12대 총장으로 배광식(70) 목사를 선임했다. 1967년 설립 이후 ‘경건과 학문’의 가치를 추구하며 수많은 목회자와 기독교 지도자를 배출해온 웨신대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임 배 총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을 역임한 교단의 지도자이자 30여년간 울산 대암교회를 섬기며 목회 현장을 성공적으로 이끈 목회자다. 신학과 현장을 잇는 통합적 리더십으로 웨신대의 비전을 힘 있게 펼쳐갈 인물로 주목된다.

배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변화와 도전의 시대 속에서도 신학교육의 본질을 지키며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해 목회 현장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중독 상담, AI 기반 디지털 교육, 다양한 교단과의 협력 등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배광식 총장을 최근 경기도 용인 웨신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총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지난 4월 울산 대암교회를 은퇴했다. 이 자리는 은퇴 후의 안식처가 아니라 제2의 사역지라 생각한다. 학교는 목회와는 결이 다른 현장이지만, 이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의 자리라 여기고 한 교회를 섬기듯 학교에서도 소명을 따라 섬김의 마음으로 임하고자 한다. 대신대학교에서 10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8년간 교수로 섬긴 경험이 이곳에서도 귀하게 쓰임 받기를 바란다.”

-인재 양성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학적·교육적 철학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개혁주의, 교회 중심, 성경 중심, 성령 중심의 신학 철학을 가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지성과 영성을 함께 강조하는데, 이는 신학교의 본질적인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학교 채플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또한 30년 목회와 총회장 경험을 바탕으로, 갈등보다는 함께 손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화합형 리더십을 지향하며, 학교 공동체도 그런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다. 그래서 총장실 문도 늘 오픈해뒀다.”

-웨신대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웨신은 60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초·최대의 대학원대학교다.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은 복음 중심의 초교파 신학교라는 것이 큰 강점이다. 다양한 교단 출신 교역자들이 모인 공동체로 한국 교계의 화합과 연합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유수 대학 출신의 우수한 교수진과 온·오프라인 2WAY 수업 방식, 야간·주말 수업, 저렴한 학비, 편리한 교통, 현장 중심 교육 등으로 실용성과 접근성을 모두 갖췄다. 신학뿐 아니라 상담, 사회복지, 예술 심리, 미술 치료 등 일반학과 전공 분야에서도 시대의 요구에 맞는 실천적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의 폭을 넓히고 있다.”

-초교파 신학교로서 교단들과의 협력을 넓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목사 안수는 본교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협력 교단을 통해 가능하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와도 협약이 맺어져 있다. 예장 합동과의 MOU도 추진 중이다. 앞으로는 중독상담, 장애인 상담 등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AI 시대, 신학교육의 방향은.

“AI를 성경 해석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AI와 신학’ ‘디지털 사역’ 등의 과목을 커리큘럼에 포함하고 학기 외 단기 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학우를 위한 디지털 문자 지원 서비스와 맞춤형 AI 학습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다. 모든 학생이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AI 튜터·AI 조교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신학대학원 입학률 감소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외적으로는 인구 감소, 교회 축소,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내적으로는 사명감 결여와 열정 부족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신학교는 시대와 교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우리 학교는 고유의 강점을 부각하고, 새로운 학과 개설과 내적 혁신을 통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까지 웨신대는 학생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박사과정은 1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지원이 활발하다.”

-웨신대가 길러내고자 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신학교는 교회를 위한 기관이다. 말씀과 기도로 훈련된 일꾼들을 세워 하나님 나라 확장에 디딤돌이 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인물 양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설교 교육도 이론 중심에서 실습 중심으로 전환해 현장성 있는 설교자를 배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도 제목을 나눠 달라.

“기본적인 소양과 함께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교회에서 쓰임 받기에 부족함 없는 인재를 길러내고자 한다. 열정과 소명의식을 갖춘 이들을 세우는 것이 기도 제목이다. 웨신대는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것이 강점이 돼 신학적 정체성을 지닌 복음 중심의 학교로 계속 나아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도해달라.”

용인=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