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31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통상 협상을 위해 29일 출국하며 “국익을 중심으로 한·미 간 상생할 수 있는 협상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이 준비하는 프로그램과 상황을 잘 설명하고 조선업과 양국 간 중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잘 협의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8월 1일) 이전 무역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미국 현지에서 협상 실무를 진행해온 통상 당국도 무역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막판 담금질에 돌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8일 스코틀랜드에서 미 워싱턴DC로 돌아온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행보를 쫓아 미국으로 복귀했다. 두 사람은 러트닉 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추가 회동을 이어가며 양국 간 이견을 최대한 좁혀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협상단은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의 일대일 협상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 제시될 최종 합의안을 점검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수십조원 규모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대규모 투자 계획, 미국산 에너지 구매 및 농산물·디지털 규제 등 비관세 장벽 완화를 망라한 ‘K패키지’로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 인하를 얻어낸다는 구상이다. 그간 미국과 무역 합의를 맺은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모두 상호·품목별 관세를 15%로 낮추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현실적 ‘관세 랜딩존(합의점)’도 15%선이 될 전망이다.
협상의 마지막 관건은 모든 결정권을 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제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와의 무역 회담에서 ‘EU 측 제안’ 문서에 기재된 상호관세율 10%를 직접 펜으로 15%로 고쳐 넣었다. EU가 제시한 요구안을 즉석에서 상향 조정한 것이다. EU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금액도 600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로, 대미 투자액도 5000억 달러에서 6000억 달러로 높였다. 일본 역시 미국 측에 최초 제안한 상호관세율(10%→15%)과 대미 투자액(4000억 달러→5500억 달러), 이익공유 비율(50%→90%)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 뜻에 따라 일방적으로 수정됐다.
한·미 재무장관 협상을 거쳐 양국이 합의점에 도달할 경우 최종 협상 타결을 위해 구 부총리를 비롯한 한국 협상단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도 지난 22일 미·일 협상 타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을 50분간 면담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도 (돌발 변수의) 여지가 있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