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 국경에서 적발된 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9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새로운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국제 마약 카르텔의 밀수 시도가 급증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청은 29일 “상반기 국경 단계에서 총 617건, 2680㎏의 마약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필로폰 1회 투약량(0.03g) 기준으로 약 8933만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적발량(298㎏)과 비교하면 799%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적발량 급증은 중남미발 대량 코카인 밀수의 영향이 컸다. 관세청은 지난 4월 강원도 강릉시 옥계항에서 페루발 코카인 1690㎏을, 5월에는 부산신항에서 에콰도르발 코카인 600㎏을 연이어 적발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중남미발 마약 적발량은 지난해보다 7824%(약 79배) 증가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고강도 국경 단속을 시행하면서 국제 카르텔이 아시아를 신규 유통시장으로 삼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전통적으로 적발이 잦았던 아시아·북미 외에, 유럽발 마약 증가세도 뚜렷했다. 상반기 유럽발 마약 적발량은 전년보다 191% 늘었다.
한국을 단순 경유지로 활용하는 경우뿐 아니라 국내 자가 소비 목적의 밀반입도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자가 자가 소비를 위해 반입하려다 적발된 마약 중량은 156% 증가했다. 이 수치는 2년 연속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마약의 위협이 더 이상 일탈이나 예외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이 마약 등을 조준한 ‘민생 범죄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