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잇따른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경한 공개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일종의 충격 요법으로 해석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지 않는 안전 사회 건설’은 이 대통령이 취임 때도 강조한 핵심 공약이었다. 산재를 입은 소년공 출신 대통령으로서 노동 문제에 민감한 개인적 배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9일 대국민 생중계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 예방 대책을 국무위원에게 따져 물으며 토론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어릴 때 ‘올리버 트위스트’ 소설을 읽었는데 나이 들어 보니 소년 노동의 잔혹함을 풍자한 책이더라”며 “산업안전 기준이 다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안 지켜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원활한 기업 활동을 위해 규제 합리화 등을 지원할 테니 노동자를 쥐어짜서 돈 벌지 않고 기술 개발이나 시장 개척,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에 주력해주면 좋겠다고 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고 생각하고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산업재해가 안 줄면 진짜로 직을 걸라”고 말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경찰에 산재 사망사고 수사 전담팀 신설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노동자 권익보호 문제를 유독 강도 높게 지적해 왔다. 지난 24일 외국인 노동자가 화물에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올려지는 영상을 거론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를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밝혔고, 이튿날엔 SPC삼립 공장을 방문해 장시간 야간근로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올해 4차례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산재 문제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은 이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지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본인도 산재 피해자라 관련 문제에 훨씬 더 예민하고 절실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대통령은 평소 국가의 제1 의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역대 최초로 생중계됐고, 보고가 아닌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애초 녹화만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국무회의 시작 약 10분 전 국무위원 티타임 때 이 대통령이 “오늘부터 하자”고 지시해 바로 생중계가 결정됐다.
이 대통령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방식으로 국무회의 전달체계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계곡 설치물 철거 사업을 벌이며 이해관계자 간 토론을 주재해 호평을 받았다. 도청 간부회의도 생중계해 긍정적 반향을 이끌어냈다. 한 국무회의 참석자는 “토론 모습을 생생히 보여줘야 국무위원도 준비를 잘 해오고, 국민도 삶과 맞닿은 정책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