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마음 속 트리거 당겨지면, 어떻게 변할지 묻는 작품”

입력 2025-07-30 01:06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의 주연 배우 김남길(왼쪽 사진)과 김영광. 작품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TV시리즈 부문 글로벌 4위, 국내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김남길은 “스토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콘텐츠 시장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광도 “반응이 좋아 뿌듯하다”면서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재미있게 즐겨달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한국에 총기가 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총기 재난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는 위험천만한 상상을 펼쳐낸다. 제작비 300억원이 투입된 작품은 지난 26일 공개 직후 전 세계 93개국 TV시리즈 부문 톱 10에 진입해 4위까지 올랐다. 한국에서는 연일 이 부문 1위다.

한국에 잠입한 미국 불법무기 조직이 택배를 이용해 수만 명에게 총기를 퍼뜨리면서 다발적으로 총기 사건이 벌어진다는 게 극의 얼개다. 발칙하지만 왠지 그럴싸한 상황 설정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교롭게 최근 인천 송도에서 벌어진 사제 총기 사건과 맞물려 더 주목받은 측면이 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29일 만난 주연 배우 김남길은 “판타지적 상상으로 만든 작품인데 현실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져 놀랐다”며 “작품과는 별개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광도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작품과는 거리가 먼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남길은 탄탄한 스토리를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군대에 다녀온 한국 남자라면 대부분 총을 다룰 줄 아는데, 이런 나라에 총기가 풀린다는 상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작품을 찍으면서 총기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그는 “원래 총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재앙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김남길은 잇단 총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순경 이도 역을 맡았다. 군 시절 저격수로 활동했던 이도는 총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지만,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총을 들게 되는 인물이다. ‘액션 장인’으로 통하는 김남길은 이번에 의도적으로 절제된 액션을 택했다. 그는 “악인을 시원하게 응징하면 좋았겠다는 반응이 많은데, 작품의 메시지를 고려해 절제하며 연기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끌어낸다. 사실상 총은 소재에 불과하다. 고시생, 학교폭력 피해자, 직장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을 둔 어머니, 전세 사기로 자살한 딸을 둔 아버지…. 이들이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김남길은 “누구나 마음속 트리거를 갖고 있을 텐데 분출할 도구가 생기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고 했다.

이도와 대척점에 선 인물이 문백이다. 해외로 불법 입양된 암울한 과거를 지닌 문백은 극 초반 이도의 조력자로 등장해 점차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문백을 연기한 김영광은 “문백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대본을 읽자마자 출연을 결정했다”면서 “다만 인물의 전사로 인해 그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만큼은 경계했다”고 말했다.

총기 액션에 처음 도전한 김영광은 “특수부대 출신에게 총기 다루는 법을 교육받는 등 촬영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 했다. 그는 “원래 총은 위험하고 무서운 물건이라고 생각해 왔다”면서 “실제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극의 상황처럼 저에게 총이 생긴다면 곧바로 신고할 것”이라고 했다.

결말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이에 대해 김영광은 “후속편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는 10월 영화 ‘퍼스트 라이드’를 개봉하고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 ’를 확정하며 쉼 없이 작품을 내놓고 있다. 그는 “연기를 통해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편이다. 무언가 바쁘게 해나가는 내 모습이 좋다”며 미소 지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