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 ‘수술’에 나서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 최고경영자(CEO) 처벌 강화,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 등 ‘채찍’으로 다스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데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조만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정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그간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2022년 법 시행 이후 이뤄진 46건의 법원 판결 가운데 실형 선고는 5건에 그쳤다. 사고 발생 이후 기소, 재판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법인 율촌에 따르면 중대재해 발생 이후 기소까지 대략 10~12개월이 걸렸다. 사고 발생 이후 첫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통상 600일 이상이 소요됐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부터 지난 3월 말까지 수사에 착수한 사건 총 1091건 가운데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수사 중인 사건이 70%에 가까운 702건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대통령도 이날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자꾸 문제를 제기하는데 대부분 집행유예 정도로 끝나는 데다 실제 이익은 회장이 보는데 책임은 사장이 지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김영훈 장관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복잡한 (기업) 지배구조에서 실질적 권한이 있는 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내부적으로 사업주 처벌 강화, 수사 기간 단축 등의 아이디어를 논의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앞으로 법무부, 행정안전부, 수사기관 등과 협의해 구체적 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재 사망사고의 처벌법인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와 함께 정부는 사고 예방을 위해 사업장 지도·점검을 대폭 강화하고 안전 법규 미준수 사업장은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위해 산업안전감독관 확충 및 전문성 제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강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산재 이력과 위험 요인을 고려해 취약 사업장 약 2만6000곳을 선정하고, 취약 사업장 전담 감독관을 지정해 위험 요인을 사전 차단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제재 조항이 있느냐”며 “제재나 대가가 너무 약해 차라리 사람이 죽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이익인 사회인 것이 핵심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