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OTT 바람… TV방송 누르고 ‘퍼스트 스크린’ 지위로

입력 2025-07-30 00:05

콘텐츠 시장을 지배했던 TV 방송이 빠르게 주저앉고 있다. TV 방송은 시청시간 1위 자리를 이미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에 내준 데 이어 거실 TV에서 가장 먼저 켜는 ‘퍼스트 스크린’의 지위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전 업계는 방송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OTT 콘텐츠를 더 실감나게 감상하기 위한 대형 TV 라인업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며 안방 스크린 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29일 앱 데이터 분석 기관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주요 OTT 서비스 앱의 올 상반기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089만명을 기록했다. 2000만명 돌파는 처음으로, 2022년 같은 기간(1728만명)과 비교하면 21% 증가한 것이다. OTT 앱의 MAU는 2023년 1848만명, 지난해 1932만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때의 비대면 시기가 끝나면 OTT 역시 함께 하향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 파이를 꾸준히 넓혀가며 이제는 전통적 스크린 강자였던 지상파 TV 시장마저 넘어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TV 시청 시간 중 1위를 차지한 것은 스트리밍(46.0%) 서비스였다. 방송(18.5%)과 케이블(23.4%)을 합친 것보다도 높은 수치로, 이미 OTT가 정규방송을 뛰어넘은 셈이다.

물론 해당 조사에 등장한 ‘스트리밍’은 단일 서비스가 아니며, 플랫폼별로 쪼개보면 여전히 TV 방송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닐슨 조사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중 1위를 차지한 매체는 유튜브(12.8%)였다. 2위는 넷플릭스(8.3%), 3위는 디즈니+(4.8%)였다.

과거 TV 방송의 위기는 곧 TV 제조업계의 위기로 연결됐지만, 최근은 다소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디어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전통적 TV 방송에서 OTT로 옮겨갔을 뿐, TV 제품 자체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를 보면 스마트폰을 통한 OTT 영상 시청률은 2023년 50.1%에서 지난해 29.3%로 떨어졌다. 넷플릭스의 경우 TV로 시청하는 비율이 47.4%에 달했지만 스마트폰으로 보는 비율은 27.7%에 그쳤다. 디즈니+도 각각 52.3%, 27.5%로 나타나 수요자들의 TV 시청 선호 경향을 보여줬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짧은 유튜브 영상 시청 때는 스마트폰을 많이 쓰지만, 영화나 드라마 등은 큰 화면으로 시청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많다”며 “향후 OLED TV 등 대형·초고화질 TV 경험이 보편화할수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