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10일 또는 12일 이내에 우크라이나와 휴전하지 않으면 관세 부과 등 새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50일 시한’을 단축해 러시아를 제재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전 취재진에게 “나는 푸틴 대통령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그 문제를 여러 번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푸틴은 갑자기 키이우 같은 도시로 로켓을 발사하고 요양원 등에서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며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오늘부터 10일 또는 12일의 새로운 시한을 설정할 것”이라며 “50일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 나는 관대해지고 싶지만 우리는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러시아가 50일 안에 우크라이나와 휴전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도 100% 수준의 ‘2차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 등이 2차 관세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체결한 뒤부터 러시아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아직 실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의 경고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엑스에서 “트럼프는 러시아와 최후통첩 게임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각각의 최후통첩은 전쟁을 향한 위협이자 발걸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그의 조국(미국)과의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슬리피 조(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의 길을 가지 마라”고 덧붙였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에서 “진정한 평화를 위해 힘으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적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과 결단력을 표명했다”며 “생명을 구하고 끔찍한 전쟁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화 노력을 저해하고 전쟁을 장기화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러시아”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