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미국에 있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의약품 관세 부과 정책에 대응해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대규모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 인수 입찰에서 글로벌 제약사 두 곳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미국 주요 제약산업 클러스터에 위치한 글로벌 바이오기업의 c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설비다. 그동안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생산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날 공시 직후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공장 인수 및 운영에 약 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고 증설 시 최대 7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을 돌파하기 위한 조치다. 다음달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15~20%의 관세를 부과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 수출 물량의 2년치 재고를 확보한 상태지만 이번 현지 공장 인수로 장기적인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확정 실사를 거쳐 오는 10월 초 본계약 체결이 목표다.
해당 시설 생산량의 50%는 기존 기업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위탁생산(CMO) 계약이 체결돼 있어 인수 직후부터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나머지 50%는 셀트리온의 제품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향후 미국 내 의약품 수요 및 제품 출시 일정에 맞춰 생산능력을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 공장을 포장과 물류까지 아우르는 미국 내 종합 공급거점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생산원가와 물류비 절감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공장 인수가 마무리되면 전 세계 제약 시장의 중심인 미국에 연구, 생산, 판매 모두를 아우르는 사업 생태계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확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