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은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이 ‘집단 이주’한다. 산등성이에 터를 잡은 탓에 이번 호우에 따른 산사태로 마을이 통째로 주저앉고 도로 등이 완전히 사라지는 등 마을의 기능과 형태를 상실해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다.
산청군은 붕괴된 상능마을에 대한 복구가 어려워 대체 부지를 마련하고 주택단지를 조성한 뒤 마을을 통째로 이주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상능마을은 생비량면 제보리에 있다. 13가구 16명이 살아왔다. 지난 19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주택 등 24채 건물 대부분이 파손되거나 흙 속에 파묻혔다. 도로나 수도, 전력시설 등 마을 기반시설은 완전히 파괴됐다. 인명피해가 없는 것이 다행일 정도다.
위태롭게 서 있는 주택 주변에서는 지금도 붕괴 현상이 이어진다. 마을 전체를 뒤덮은 토사가 일부 주택을 삼킨 다음에도 조금씩 계속 무너져 내린다. 현재까지 계속 지형이 바뀌고 있다. 산청군은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마을 진입을 아예 금지시켰다.
주민들은 지난주까지 임시 피난시설인 생비량면 초등학교에 머물다가 이번 주부터 주변 숙박시설에서 생활 중이다.
산청군은 상능마을 주민들과 함께 부지 매입과 주택 건설 비용 등을 논의하는 한편 생비량면 내 적절한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군은 정부 및 도 예산을 확보한 뒤 부족하면 군 예산도 투입할 계획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마을 ‘집단이주’는 흔한 사례가 아니다. 강원도 춘천시, 경북 포항시에서 한 번씩 있었고, 경남에서는 2003년 거제시 와현마을 사례 이후 22년 만에 맞닥뜨린 현실이다. 당시 와현마을은 태풍 ‘매미’로 마을이 파괴되면서 73가구 130여명이 집단 이주했다.
이승화 산청군수는 “상능마을이 지반이 무너지는 등 전체가 붕괴돼 복구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됐다”며 “신속한 추진으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새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청=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