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남편 신장 공여 후유증… ‘죽밥떡누’ 정신으로 극복

입력 2025-08-02 03:12 수정 2025-08-02 10:58

지난해 7월 31일 제 신장 하나를 남편에게 공여하는 이식 수술을 했습니다. 남편의 신장기능은 7%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높던 혈압과 사업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습니다.

남편이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저를 돕는 배필로 곁에 두셨기에 신장 증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술을 위한 여러 검사가 몇 개월간 진행됐고, 우여곡절 끝에 수술하게 됐습니다. 수술대에 오른 상태에서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도 할 만큼 씩씩하고 담대했습니다. 주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실 것을 믿었으니까요. 막상 수술 후 고통은 컸습니다. 무엇보다 퇴원 후 0.001%의 확률이라는 어려운 일이 제게 일어났습니다.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응급실에서 2ℓ 가까이 복수를 빼고 귀가했다가 이틀 뒤 다시 응급실에 와야 했습니다. 배에 배액관을 꽂는 시술을 했습니다. 밤에 혼자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 있으면서 ‘왜 이렇게 된 거지’하고 낙심했습니다.

며칠 뒤 림프관을 막는 시술을 하게 됐습니다.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잔뜩 위축된 제게 작은딸이 와서 잔소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큰 이식 수술도 감기 치료하듯 잘했잖아. 엄마, 정신 차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죽밥떡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떡이 되든 누룽지가 되든 주님께 맡기자는 교회 구호가 생각났습니다. 갑자기 시술이 하나도 무섭지 않고 ‘까짓것 해보자’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6시간 시술을 받으면서 ‘십자가 주님은 얼마나 아프셨을까’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마음을 붙들고 견딜 수 있었습니다.

주위에선 ‘남편을 살렸네’ ‘대단하다’ 같은 칭찬을 합니다. 그러나 내 남편이기 전에 하나님의 아들이고 일꾼이며, 아내인 내 건강도 주님께서 주신 것이었고 주님이 정하신 때에 당신 아들 건강을 위해 나를 도구로 쓰셨다는 것을 이번 일을 겪으며 깨달았습니다. 털끝만큼도 나의 자랑거리가 되지 않게 하려고 하나님은 온전히 당신께서 하신 것이라는 사실을 고통 중에 절절히 알게 하셨습니다.

시술 일주일 후 저는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정기진료를 가면 담당 주치의가 신기해하며 이식 외과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제 남편과 저에게 베푸신 이 은혜를 잊지 않는 부부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박선희 김포 하나로교회 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