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호건(본명 테리 볼리아·71). 대중은 프로레슬링 링 위에서 노란색 머리띠를 두르고 빨간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채 포효하던 그를 기억한다. 그러나 지난 24일(현지시간)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그의 모습은 달랐다. 성경 구절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교회 주일 예배에 나오고, 다른 이웃에게 다정하게 복음을 전하던 이. 그의 담임목사가 기억하는 호건의 마지막 이미지다.
호건이 숨지기 전까지 2년간 출석한 미국 플로리다주 인디언록스침례교회의 에런 필리포네 목사는 최근 X(구 트위터)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추모글을 올렸다. 그는 “호건은 세계를 휩쓸던 레슬링계의 전설이었지만, 교회에서는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성도였다”고 추억했다.
그에 따르면 호건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 3:16)라는 말씀이 적힌 티셔츠를 즐겨 입었다. 필리포네 목사는 “눈에 띄지 않고 사랑하는 아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신실하게 예배를 드렸다. 겸손하고 기쁨에 차 있으며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매일 신앙을 실천했다”고 호건을 기억했다. 호건은 종종 지인과 함께 교회에 오기도 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이 발견한 것과 같은 소망과 사랑을 경험해주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필리포네 목사는 “(호건은) 항상 성도나 이웃을 위해 시간을 냈다. 악수, 포옹, 대화로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스도께로 향하게 하도록 애썼다”고 했다.
호건은 생전에 인종차별 발언 등 여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필리포네 목사는 “과거도 있었고 실수도 했지만 그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었다”며 “이것이 복음의 아름다움”이라고 강조했다.
호건이 세례받은 건 2023년 12월이었다. 그는 당시 목사에게 안겨 물에 푹 잠기는 침례식 직후 자신의 모습을 SNS에 올리며 “걱정, 증오, 판단 없이 오직 사랑만”이라고 기뻐했다. 필리포네 목사는 “호건 부부에게 세례를 주고 결혼식을 주례했던 일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그를 깊이 그리워하지만 그가 주님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