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산업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극한 폭염 속 맨홀 안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가 하면,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는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 최우선’이라는 구호가 현장에서는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했던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7일 서울 금천구에서 발생한 맨홀 질식사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밀폐 공간 작업 전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산소 농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소방 당국이 측정한 맨홀 내부의 산소 농도는 4.5% 미만에 불과했다. 정상 공기의 산소 농도(21%)에 한참 못 미쳤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최근 맨홀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 도중 유해 가스 중독에 의한 질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차례다. 모두 전형적인 인재(人災) 사고였다.
같은 날 포스코이앤씨의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는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했다.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다. 1월 경남 김해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사했다. 4월에는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한 데 이어 대구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도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졌다. 포스코이앤씨는 고용노동부의 현장 감독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에 또다시 사망 사고를 내 충격적이다. 산업안전 감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직을 걸고 단속하겠다고 했다. 고용부는 존폐를 걸고 이번에는 재발을 막을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살려,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