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갈등 수위가 높다. 사람이 모인 곳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갈등이 없는 곳이 있다면 딱 한 군데, 공동묘지다. 문제는 갈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달렸다. 갈등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갈등을 지혜롭게 풀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역동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곳에 갈등이 있다. 갈등에 대해 지나친 과민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럴 수도 있다’는 관대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갈등을 회피하면 더 큰 갈등을 만들 수 있다. 해결하지 않으면 갈등은 소멸하지 않는다. 갈등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갈등의 원인은 서로 다름에서 온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이 언제나 옳다는 태도는 갈등을 증폭시킨다. 흑백논리로 대립각을 세울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폭력적인 세상이 된다. 융통성을 길러야 한다. 토머스 제퍼슨이 한 말이다. “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바위같이, 비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물처럼 흐르도록 하라.” 절대적 진리의 문제가 아니라면 조금씩 양보를 통해 조율해야 한다.
교회당 바닥 카펫을 무슨 색으로 할 것인가로 싸우거나 악기 사용의 문제로 교회가 둘로 나뉜다면 문제가 있다. 비본질적인 주제를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싸움은 불가피하다. 본질과 비본질의 구분이 중요하다. 비본질적인 것이라면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한다. 같은 사건인데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온다.
관용이란 다른 사람에게는 가슴으로 다가가고 나에게는 지각을 사용할 때 가능하다. 상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부단히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글만 읽으면 안 된다. 나와 반대편의 관점에서 쓴 책들도 읽어야 한다. 오늘날 온라인상의 알고리즘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부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본다. 자기의 세계에 함몰되어 살아간다.
결국 한쪽으로 기울어진 편향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편향적인 세상은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균형 잡힌 세상을 만들려면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늘 상대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사람은 갈등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갈등이 잦은 사람들은 상대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를 상대에게서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상대에 대해 공격적이고 자신에 대해서는 방어적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못 한다.
나는 항상 옳다는 태도는 가히 폭력적이다. 갈등 처리에는 모험이 요구된다. 상대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상처받을 결단도 필요하다. 갈등은 리더십이 치러야 하는 대가다. 일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갈등은 불가피하다. 갈등을 평화롭게 풀어가는 것이 리더십의 역할이다. 탁월한 리더는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 갈등을 긍정적으로 해결할 때 리더십은 인정을 받는다.
역기능적인 리더들은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자가 된다. 항상 혼란을 일으킨다. 갈등을 풀려면 의견 자체보다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자기 생각에 집중하다가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지나친 주장과 인신공격은 갈등을 풀기보다 더 엉키게 만든다. 인간관계가 약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주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항상 갑옷을 입고 산다. 갑옷은 싸우기는 좋으나 따뜻한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 싸움에서는 이겼는데 외로운 승리자일 뿐이다. 인생의 질은 관계지수와 깊이 연결돼 있다. 혼자 잘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홀로 승리감에 도취해 산다면 정신병적인 삶일 것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갈등 관계를 풀어가는 데 삶의 묘미가 있다.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담과 같이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성장하고 관계는 더욱 견고해진다. 갈등에 매몰되기보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며 감정의 열기를 식히고, 문제를 객관화하는 여유를 가진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이규현 부산 수영로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