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트럼프의 골프 치팅

입력 2025-07-30 00:40

골프는 스스로 룰을 지키는 게 미덕이다. 그런데 가끔 골프장 스타트하우스 앞에 ‘캐디가 꼽은 꼴불견 골퍼 10대 유형’이라는 스티커가 붙는 걸 보면 양심 지키는 게 여간 쉬운 건 아닌 모양이다. 공을 툭툭 치는 사람, 남의 공을 깊숙이 밟는 사람, 공을 몰래 흘리는 사람….

이런 ‘꼴불견’의 범주조차 가볍게 뛰어넘는 인물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골프에 대한 애정은 집착에 가깝다. 직접 소유한 14개의 골프장에 대해 “지구상에서 제일 좋은 골프장”이라고 자랑한다.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는 핸디캡 3에 클럽 챔피언십 우승 횟수가 무려 18번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오죽하면 스포츠 담당 기자 릭 라일리는 2020년 ‘커맨더 인 치트(Commander in-Cheat·사기통수권자)’라는 책을 써서 트럼프의 골프 비리를 폭로했을 정도다. “트럼프가 회원으로 있는 뉴욕 웨스트체스터의 ‘윙드 풋 골프클럽’ 캐디들은 트럼프를 축구 황제 ‘펠레’에 빗대어 말한다. 놀랍게도 트럼프가 골프공에 발을 ‘대는’ 까닭이다. 공을 발로 차서 좋은 위치로 옮기고, 남의 공을 벙커에 던지고, 캐디가 몰래 공을 주워 페어웨이에 내려놓는다.” 심지어 스코어는 기분 따라 바뀐다고 한다. 그가 낮에 77타를 쳤다면 집으로 가는 중에는 75타가 되고 저녁 식사 때는 72타가 되는 식이다. 최근 스코틀랜드 골프장에서 발각된 트럼프의 치팅 장면은 라일리의 폭로가 사실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트럼프가 카트에서 내리기 전 캐디가 미리 가서 벙커 앞에 공을 슬쩍 떨어뜨리는 장면이 영상으로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의 치팅은 골프 라운딩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대일본 협상에 이어 유럽연합(EU)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회의 문서에 트럼프가 손글씨로 숫자를 고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됐다. 대미 투자액이 5000억 달러에서 6000억 달러로, 미 에너지 수입액이 600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로 바뀌었다. 기분 따라 골프 스코어를 바꿔 적듯, 세계 무역 질서를 멋대로 난도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