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의 미국 화가 션 스컬리(80)는 30세이던 1975년 영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세계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은 당시 미니멀리즘이 대세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던 이발사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그도 회색 톤의 미니멀리즘 회화를 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찾았다. 그것은 한 세대 이전의 미술로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바넷 뉴만 등이 이끌었던 추상표현주의였다.
대구 수성구 대구미술관이 현대 추상회화 간판 작가 션 스컬리 회고전 ‘션 스컬리: 수평과 수직’(8월 17일까지)을 해 최근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스컬리의 한국 국공립미술관 최초 개인전으로,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기별 대표작과 신작을 아우르는 회화, 드로잉, 조각 등 70여 점이 대거 나왔다.
더블린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컬리는 지난 수십 년간 현대 추상회화를 은유와 영성, 휴머니즘으로 이끄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여러 겹으로 덧칠함으로써 얻어지는 풍부하면서도 시적인 색채감과 공간감은 그의 회화를 대표하는 특징으로 꼽힌다.
그는 개막 후 가진 ‘작가와의 대화’에서 “나는 유럽과 미국의 도구 상자를 모두 가진 사람이다. 누군가는 미니멀리즘을 깨야 했고 내가 그 첫 사람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미니멀리즘이 감정을 뺀 건조한 미술이라면 그는 추상화에 색을 살려내 감정을 불어넣고자 했다. 스컬리의 추상 회화 언어는 수직과 수평이다. 작가는 수직은 인물, 빌딩, 인간의 자아를 상징하는 반면, 수평은 우리가 살아가는 대지를 의미한다고 했다. 수직과 수평이 교차하는 스컬리의 추상화면은 인간이 대지와 나누는 대화인 것이다. 작가는 1989년과 1993년 두 차례 영국 최고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 후보에 올랐다. 뉴욕 현대미술관(모마), 런던 내셔널갤러리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대구=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