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어
다시 시작된 민주당 검찰개혁
거대여당의 ‘검수완박’ 현실화
검찰청→공소청 바뀐 뒤에는
검찰공화국이란 말 사라질 것
정치권력이 허락한 수사 제외해
개혁의 정당성 확보 실패하면
검찰권 빈자리 누군가 차지한다
다시 시작된 민주당 검찰개혁
거대여당의 ‘검수완박’ 현실화
검찰청→공소청 바뀐 뒤에는
검찰공화국이란 말 사라질 것
정치권력이 허락한 수사 제외해
개혁의 정당성 확보 실패하면
검찰권 빈자리 누군가 차지한다
검찰개혁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추석 전 입법’이라는 타임라인에 맞춰 속도전에 돌입했다. 기본 골격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양보할 수 없는 전제 조건이다. 형사소송법을 바꿔 검찰 수사권을 박탈해 새로 만드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보낸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세워 검사는 기소만 전담한다. 경찰권 비대화, 범죄 대응역량 약화 같은 부작용은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등으로 해결한다. 이 모든 작업을 집권 1년6개월차인 내년 말까지 끝낼 계획이다.
이른바 민주당 검찰개혁 시즌 3다. 청와대가 간섭하지 않는 대신 검찰동일체 원칙 파기, 기수 파괴를 통한 내부 개혁을 도모했던 노무현정부와 검찰개혁에 나섰지만 적폐청산을 이유로 검찰의 파워를 최대한 끌어올렸던 문재인정부. 민주당은 이 두 번의 실패를 교훈삼아 설계도를 짜고 다수당의 압도적 힘을 쏟아붓고 있다.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존재감조차 없다. 검찰 내부에서도 자업자득이라는 자조가 쏟아진다. 국가 요직에 충성스러운 검사를 대거 기용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참담한 몰락 때문인지 국민 여론도 나쁘지 않다. 세 번째 시도하는 검찰개혁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검찰개혁을 성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검찰청이 없어지니 검찰의 권력남용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특권의식에 빠져 기득권에 연연했던 검사들도 없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라면 검찰개혁은 성공이다. 개혁의 목표가 검찰공화국으로 불리는 비정상적 검찰권의 종식이고, 정권의 사냥개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검사를 쫓아내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왜곡된 형사사법 시스템의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꼭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치권력의 국가 형벌권 개입을 차단하지 않는 한 검찰이 사라진 뒤 생기는 권력의 공백을 누군가 다시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헌정사에서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건 이유가 있었다. 제헌헌법은 식민 지배에 앞장섰던 일제시대 ‘순사’를 견제하는 장치로 검찰에게 수사, 수사지휘, 공소제기 및 취소, 형집행 권한을 부여했다. 친일 경찰에 올라탄 이승만정부 때문에 제3공화국 헌법에는 검사의 독자적 영장청구권이 포함됐다. 이렇게 구축된 형사사법 시스템은 87년 헌법에 그대로 반영됐다. 게다가 노태우정부가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지탱했던 공안검사 대신 수사·기획력을 갖춘 특수부 검사를 양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영삼정부에서 검찰권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를 기소한 도쿄지검 특수부를 모델로 삼은 검찰은 정·관계 핵심 권력의 숨겨진 비리와 부패를 연달아 밝혀냈다. 국민들은 ‘거악척결’에 열광했다. 하지만 초심은 변질했다. 정치권력은 정적을 거악으로 몰아 제거하는데 검찰을 이용했고, 검찰은 그 정치권력과 공존하다 정권 말기가 되면 결정적 타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권한을 넓혔다. 최악의 공생관계가 보여준 끔찍한 결론이다.
지금은 어떤가. 내란척결이라는 말에는 과거 적폐청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정치권력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검찰은 몰락을 앞뒀지만 그 공백을 전국의 유능한 검사 120명을 차출해간 3개 특검이 메우기 시작했다. 특검법 자체가 지금 검찰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권한을 특검에게 부여했다. 그러니 잘못된 수사 관행이 달라질 리 없다.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다며 종교의 영역인 교회로 밀고 들어가는 무리수가 거리낌없이 나온다. 정치권력이 허락한 수사는 지금까지 검찰에게 쏟아졌던 모든 비난으로부터 예외인 셈이다. 특검 활동이 종료되면 다음은 어디일까. 국수위나 중수청일까. 아니면 내란척결 시즌 2를 책임질 새 특검일까.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차례 시도된 개혁이 모두 실패하고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현실론에도 굳이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더 냉정해야 한다. 최소한 내가 쓰면 괜찮고 상대가 가지면 권력 남용이라는 독선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개혁에 침을 뱉는’ ‘윤석열의 졸개’ 같은 거친 말은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격앙된 구호만으로 바로잡을 수는 없다.
고승욱 수석논설위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