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51> 사무엘

입력 2025-07-29 03:07

역사의 빛이 꺼지고
무대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타오르던 불꽃
최후의 사사
새 시대의 희망은
애타는 탄식의 기도와
기나긴 외로움의 눈물 끝에서 오기에
어머니 한나의 처절한 기도 끝에
하늘로서 임한 빛의 사사
사울을 세웠으나 폐위를 선언하고
다시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새로운 시대의 길을 열었던
등불을 든 선각자
길이 없는 것은
누군가 걸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리니
밤하늘에도 별들의 길이 있고
폐허에도 꽃들이 길을 내며 피어나리라.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구약 시대를 장식한 최후의 사사(士師) 사무엘을 두고 시인은 "역사의 빛이 꺼지고 무대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타오르던 불꽃"이라고 해석했다. 그가 새 시대의 희망이며 어머니 한나의 처절한 기도 끝에 제 본분과 사명을 다 할 수 있었다고 진술한다. 사울의 옹립과 폐위, 다윗에게 기름 부음 등 성경의 중심에서 주요한 역할이 그에게 부여되어 있었다. 시인은 시의 말미에서 길이 없는 것은 누군가가 걸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라 단정한다. 사무엘의 역사(役事)에 비추어 이렇게 말했다면 곧 당대 신앙의 푯대로서 사무엘이 걸어간 까닭으로 길이 됐다는 의미다. 매우 시적인 감성으로 시인은 이렇게 자연의 존재론적 증명법을 동원했다. "밤하늘에도 별들의 길이 있고 폐허에도 꽃들이 길을 내며 피어나리라." 사무엘이 시대의 벽을 넘어서 아름다운 수범(垂範)의 길이 된 것은 결곡한 혈연의 관계성과 올곧은 믿음의 정석이 함께 도출한 결과에 해당한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