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8일 이재명정부 들어 첫 대남 담화를 내고 한·미 연합훈련을 비판하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즉각 “훈련 조정을 건의하겠다”고 호응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평화적 분위기 안에서 남북한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정 장관에게 당부했다.
김 부부장은 대외용 선전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이재명정부가) 앞에서는 조선반도 긴장 완화요, 조·한 관계 개선이요 하는 귀맛좋은 장설을 늘어놓았지만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 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대남 담화는 지난해 11월 26일 대북전단 관련 비난 메시지 이후 8개월여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그의 담화는 북한 정권의 공식 입장으로 평가된다.
김 부부장은 “또다시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 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 없을 것”이라며 8월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덤실드(UFS)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북 방송 중단 등 이재명정부의 유화 제스처에 대해서도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 세운 데 불과한 것”이라며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연합훈련 유예를 이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서도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 유예, 연기 중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내일 논의가 되면 방향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의지에 따라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정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주문했다. 이어 김 부부장 담화문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정 장관은 “지난 몇 년간의 적대적 정책으로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높은 만큼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번 담화가 남북 관계 복원의 어려움과 함께 새 정부에 대한 북한의 관심도 함께 보여준 것이라며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대화를 거부하는 모양새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북한은 거부 제스처 이후 대화의 장으로 나오곤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몇 년간의 적대·대결 정책으로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적대와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 조정과 관련해선 “통일부 장관뿐만 아니라 국방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며 유보적 자세를 취했다.
최예슬 박준상 윤예솔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