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EU까지… 초조한 대통령실 “재벌 대미 투자 확대 요구는 허위”

입력 2025-07-28 18:53
발언 듣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미국과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무역협정을 타결하면서 대통령실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각 단위 연쇄 회의를 열고 협상 전략 마련에 골몰했다. 대통령실은 모든 협상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막바지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통상 협의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후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과 이번주 방미 예정인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모든 회의에서 통상 현안을 언급하고 있다”며 “계속 신경 쓰고, 보고받고, 참모진과 의논 중”이라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강 실장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관세 협상 실무를 조율했다. 강 실장은 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국익 최우선 원칙 아래 내각과 대통령실이 ‘원팀’으로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대통령실의 고민은 ‘대규모 대미 투자’와 ‘상호관세율 15%’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제시되면서 우리도 걸맞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 있다. 정부는 이미 모든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꺼낸 상태다.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과의 협상을 위해 유럽을 찾았다.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러트닉 장관이 다루는 품목 관세를 깎지 못하면 수출산업 타격으로 경제 충격이 너무 커진다”며 “조선업 투자 카드로 설득하는 등 러트닉 장관 채널에서 협상을 진척시키는 게 전체 협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농축산물·국방비 등 다른 패키지 논의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뒀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미국의 압박이 매우 거센 게 사실”이라며 “농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국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양보의 폭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방비 증액과 미국 무기 구매와 관련해서도 “협상 목록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다만 야권의 공세에 대해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강 실장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정부가 재벌 총수에게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했다”고 말한 데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밝히고 국민의힘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