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은퇴,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리스타트”

입력 2025-07-29 03:01 수정 2025-07-29 10:38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광화문 사무실에서 28일 장성배(오른쪽 세 번째) 엠센터 소장의 저서 ‘리스타트’ 기증식이 열렸다. 기감 관계자들이 책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평생을 주님께 헌신했는데 이제 와서 노후 준비를 못 했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에서 35년간 목회해 온 김성준(가명·73) 목사의 고백이다. 그는 적은 사례비를 쪼개가며 교회 일에 솔선수범했고 강단에서도 정직하게 힘써 왔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60대 후반이 되자 노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현실을 인식했다.

“성도들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어요. 어떤 분은 ‘목사님이 그동안 노후 준비를 왜 안 하셨느냐’고 차갑게 말씀하시더군요. 반면 ‘목사님 그동안 애쓰셨으니 교회가 일부라도 부담하겠다’고 반응해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김 목사는 2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변 목회자들에게 털어놓으니 이런 고민을 하는 게 다반사였다”며 “은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69세를 맞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69의 영’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부른다”고 전했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광화문본부 사무실에서는 이런 현실을 타개할 새로운 방향이 제시됐다. 장성배 감리교신학대 선교학 교수가 저술한 ‘리스타트: 목회자 은퇴 준비 셀프 코칭 매뉴얼’의 1000권 기증식이 열렸다.

장 교수는 “은퇴는 끝이 아니라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리스타트”라며 “목회자들도 사회 변화와 초고령화 시대에 맞춰 다년생 식물로 자신을 바라보며 삶을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실용적인 셀프 코칭 길잡이다. 책의 핵심은 ‘평생 사명자’와 ‘만인 사명자’ 개념이다. 은퇴 후에도 사명은 계속되며 이제는 평신도로 혹은 선교사로 자유롭게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책은 총체적인 자기 점검 시스템인 ‘14번의 셀프 점검 도구’를 통해 목회자들이 자신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14번의 셀프 점검 도구는 신앙적 성숙도, 가족 관계의 질, 건강 상태, 재정 준비도, 사회적 네트워크, 학습 의지, 창의적 사고력, 정체성 인식, 사명 의식, 소통 능력, 변화 적응력, 지역사회 참여도, 리더십 역량, 영성 관리 등으로 구성됐다. 각 항목은 5점 척도로 자가 진단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점수에 따라 강점과 보완점을 파악해 은퇴 후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책에서 제시하는 ‘스왓(SWOT) 분석’은 목회자들이 자신의 강점과 약점, 기회, 위협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상담 분야에 강점이 있다면 은퇴 후 전문 상담사 자격증 취득을 통해 새로운 사역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식이다. 또한 각 장 말미 ‘가족과 함께하는 워크숍’ 코너를 통해 배우자와 자녀들과 함께 은퇴 후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범선 엠센터 이사장은 “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70세에 은퇴해도 30년 이상 보람있게 살아야 하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