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 A씨는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인근에서 술에 취해 있던 20대 남성을 폭행한 뒤 흉기를 든 채 배회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A씨를 특수폭행과 공공장소 흉기소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자기방어 차원에서 흉기를 가지고 다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60대 남성 B씨는 지난달 30일 경남 진주 시내에서 술에 취한 채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현장에서 붙잡혀 구속됐다. B씨는 병원과 편의점, 술집 등에서도 술해 취해 종업원과 손님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난 노인들의 무차별 폭력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노인층의 경우 생계형 범죄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강력범죄 가해자로 부각되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공공장소 흉기소지죄가 시행된 지난 4월 8일부터 100일간 검거된 피의자(218명) 중 61세 이상이 53명(24.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1~60세(23.5%), 41~50세(22.2%), 20~30세(12.4%) 순이었다. 공공장소 흉기소지죄는 정당한 이유 없이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하거나 드러내 불특정 다수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킬 경우 적용된다.
노인층의 강력범죄 비중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강력범죄(폭행·살인·강간 등) 건수는 2019년 2만3522건에서 2023년 2만6252건으로 11.6% 증가했다. 반면 전체 강력범죄 건수는 같은 기간 26만7382건에서 22만3908건으로 16.3% 감소했다.
성난 노인들의 범죄행위는 60대 이상 수형자 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수형자 중 60세 이상 수형자 비중은 지난해 17.5%로 집계돼 20대 수형자(17.4%)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60세 이상 수형자 비중은 2008년 4.4%에 불과했지만 16년 만에 4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층 범죄의 증가 원인으로 60대 이상의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반면 구직이나 경제적 환경의 어려움, 가족 해체 등이 겹치면서 이들이 사회적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꼽았다. 기대수명은 증가했지만 사회적 소외감은 더 커지면서 분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의 강력범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노인들의 경제적 빈곤, 조기 퇴직에 따른 사회적 고립 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는 만큼 성난 노인들의 반복되는 범죄를 복지 및 일자리 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 어려운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형사정책적으로 접근해선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