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AI 플랫폼으로 막는다

입력 2025-07-29 00:20

A씨(67)의 악몽은 신청한 적도 없는 카드를 배송하겠다는 의문의 연락에서 시작됐다. 신고하자 이번에는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전화를 걸어서는 범죄에 연루됐다고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위협에 넘어간 A씨는 결국 2억6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이체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를 괴롭혔던 카드 배송원과 검사, 금감원 직원은 모두 제 배역을 연기한 보이스피싱 범죄 일당이었다.

최근 이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연간 피해 금액만 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자 금융 당국이 민·관이 공조하는 보이스피싱 대응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보안원에서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보이스피싱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 방안’을 공개했다.

대책의 핵심은 개별 금융사 단위로 나뉘어 있는 보이스피싱 탐지 체계를 통합해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공동 대응·탐지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자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의심 거래를 탐지하고 필요 시 계좌 지급정지 등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업체별로 상황에 대응하다 보니 신속한 정보 공유나 공조에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는 급격히 증가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연간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2023년 4472억원에서 지난해 8545억원으로 1년 만에 91%나 늘었다.

새로 구축하는 보이스피싱 AI 플랫폼은 금융업·전자금융업 분야 134개 사업자와 통신 3사, 수사기관의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이를 통해 여러 금융기관에 걸친 대포 통장을 일시에 지급정지하는 등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식별하는 기능도 강화된다. 금융보안원은 AI 분석 정보를 활용해 금융권 계좌 전반에서 보이스피싱 의심계좌의 특징을 분석·파악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이스피싱 AI 플랫폼 구축을 올해 안으로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분기 중으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개정해 정보 공유에 관한 특례 조항도 마련한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